[세계경제 '디플레 도미노' 빠지나] '美 경제전문가들 진단'

미국 경제가 정말 디플레불황에 빠질 것인가. 이에 대해선 'No'라는 시각이 강하다. 존 스노 미 재무장관, 로저 퍼거슨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부의장, 손성원 웰스파고은행 부행장 등 대부분의 미 경제 전문가들은 "실제 디플레가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지적한다. 지난 4월의 도소매물가 하락으로 디플레 우려가 제기되고 있지만, 물가가 장기적으로 계속 떨어지는 디플레가 현실화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더욱이 지금의 물가 하락도 장기적인 물가 하락을 예고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물가상승률이 둔화되는 디스인플레(disinfiation) 상황이라는 것이다. 디플레 불황론에 대한 강력한 부정은 정부측에서 나오고 있다. 스노 재무장관은 지난 17일 프랑스 도빌에서 열린 G8 재무장관 회담 후 "미국은 디플레 경제와 거리가 멀다(We're far from having a deflationary economy)"며 디플레 가능성을 일축했다. 퍼거슨 FRB 부의장도 같은 시각 워싱턴의 한 경제세미나에 참석, "전반적인 물가 하락을 경계해야 하지만 디플레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고 잘라 말했다. 지난 1분기 1.6%에 머문 경제성장률이 올 하반기에 3~4%대로 높아지면서 물가 하락세가 멈출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부측의 이같은 견해에 민간 이코노미스트들도 대부분 동감한다. 월가에서 정확한 경기예측가로 명성이 높은 웰스파고은행의 손성원 부행장 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일부 물가가 떨어지고 있으나 전체적으로는 그렇지 않다"며 "실질적인 디플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평가했다. 경제뉴스 전문사이트인 CBS마켓워치의 칼럼니스트 어윈 켈러도 "물가가 하락하고 있는 것은 가격경쟁이 심한 컴퓨터나 패스트푸드 등 일부 품목뿐"이라며 식료품과 에너지제품을 뺀 핵심물가는 여전히 오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지난 4월 핵심물가는 1.5% 올랐다. 이와 관련,비즈니스위크 최신호(26일자)는 앨런 그린스펀 FRB 의장이 최근 디플레를 경고한 것은 이 문제를 과소 평가하기보다는 과민 대응하는게 낫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지, 실제 디플레 위험이 크기 때문은 아니라고 분석했다. 디플레 경고는 일종의 선제 예방적인 조치였다는 것이다. 이정훈 기자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