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1일자) 쌀지원도 대북 협상카드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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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부터 제5차 남북경협추진위원회가 열리고 있는 가운데 정부 일각에서 대북 쌀제공을 지금까지의 '경제협력' 이 아닌 '인도적 차원'에서 조건없이 하자는 주장이 거론된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이같은 방향전환은 핵협상 결과와 관계없이 앞으로도 쌀지원을 계속하자는 뜻으로 풀이되는데,이는 노무현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향후 남북교류와 협력을 북한 핵문제의 전개상황을 보아가며 추진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한 것"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또한 인도적 지원이라는 명분아래 막대한 양의 쌀을 계속 아무 조건없이 준다면 과거 정권의 일방적인 '퍼주기식' 대북지원과 무슨 차이가 있느냐는 비난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한·미 두 나라 정상이 공동성명에서 밝혔듯이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이 정치적 상황 전개와 연계되지 않고 이루어질 것이라는" 원칙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극심한 굶주림에 허덕이는 북한주민들을 지원해야 한다는 당위성은 말할 것도 없고,결국은 우리가 부담할 수밖에 없는 막대한 통일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도 대북 식량지원은 필요하다.
그러나 "북한의 핵 프로그램이 국제사회가 북한 주민의 다양한 필요를 지원하기 위한 포괄적인 조치를 검토하는 데 장애가 되고 있는" 현재의 특수 상황에선,북한측이 핵문제 해결에 전혀 성의를 보이지 않는데도 일방적으로 식량을 지원하자는 것은 명분도 없고 실리도 잃는 지나치게 성급한 주장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까지의 북한측 태도를 보면 앞으로의 핵협상도 결코 순탄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럴수록 '당근'과 함께 '채찍'도 필요한게 사실이다.
우리정부가 미국측의 강경입장을 수용한 것도 따지고 보면 대북 협상력을 강화시키기 위한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대북 식량지원에도 최소한의 전술적인 고려가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김광림 수석대표가 어제 회의에서 밝힌 대로 북한측의 성의 있는 핵협상 자세와 지원된 식량이 군사용으로 전용되지 않고 북한주민에 제대로 배분되고 있다는 것을 투명하게 검증할 수 있게 하는 것 두가지로서 결코 새삼스런 요구는 아니다.
지금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대북 쌀지원 성격이 경제협력이냐 아니면 인도적 지원이냐가 아니라,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 전체를 긴장상태로 몰아 넣은 북한 핵문제를 신속하게 해결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는 점이다. 대북 쌀지원도 예외일 수 없고 보면, 결국 쌀지원 여부는 북한측 태도에 달려 있다고 해야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