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2일자) 무엇을 위한 정책보좌관인가

행정경험이 없는 장관들을 보좌한다는 취지로 도입한 정책보좌관 제도라는 것이 꼭 필요한가. 정책보좌관으로 내정된 인사들의 면면은 특히 그런 의문을 갖게 한다. 누가 봐도 정책전문가와는 거리가 먼 인사들이 상당수이기 때문이다. 10여명을 내정할 계획이라는 소위 '명함특보'에 이어 또 하나의 위인설관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는 생각이다. 재경부 기획예산처 산자부 등 행정경험이 많은 장관이 임명된 부처에도 정책보좌관을 두겠다는 것이고 보면 당초 취지는 이미 변질된 것이나 다름없다. 사실상 전 부처로 확대된 정책보좌관 제도에 대해 "말 그대로 장관이 정책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보좌하는 조언자 역할을 할것이며,대통령의 국정철학을 부처에 접목시키는 데 주안점을 둘 것"이라는 청와대 관계자의 해명도 궁색하기만 하다. 정책조언이라면 각 부처에서 이미 운영되고 있는 장관자문관 제도를 활용하면 될 터이고,또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부처에 접목시킨다고 하지만 그것이야말로 대통령이 임명한 장관이 할 일이기 때문이다. 내정 인사의 상당수가 선거 때 노 대통령을 도운 정치권 인사이거나,민주당 대선공약 수립에 기여한 인물들이란 점에서 제도 도입의 의도가 무엇이었는지는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을 것 같다. 걱정되는 것은 이로 인한 폐해다. 정식으로 임명되기 전인 데도 벌써부터 일부 정책보좌관이 내부인사까지 간여한다는 소리가 들리면서 공식라인은 무력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어쩌면 이는 시작에 불과한지 모른다. 이들이 정치적으로 빚을 졌거나 앞으로 정치를 할 생각이라면, 무엇보다도 정치중립적이어야 할 각 부처 정책사업이 청탁에 휘말리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이래저래 마찰과 파행이 불을 보듯 뻔하다. 역시 가장 걱정되는 것은 장관들의 청와대 눈치보기가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정책보좌관들이 '대통령의 사람들'로 불려지는 것부터가 그럴 가능성을 예고한다. 그렇지 않아도 방만하다는 청와대 조직이다. 비서관에다 이름도 기억하기 힘든 각종 위원회와 태스크포스,여기에 정책부문별로 임명하겠다는 특보들과 대통령의 뜻을 전한다는 정책보좌관까지 두겠다면 내각은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 장관들에게 권한을 주겠다는 대통령의 약속과는 점점 거리가 멀어지는 것 같다. 정책혼선과 결정과정의 복잡성으로 인해 되는 일은 하나 없이 비리의 싹만 키우는 그런 조직을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정말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