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가 변호사 수감‥"증인신문 그만하라고 했는데도 강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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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법 판사가 22일 법정질서의 유지를 이유로 증인을 신문하던 변호인에게 사상 초유의 감치명령(구치소 수감)을 내리고 변협이 이를 재판권남용이라며 강력 반발, 재판권과 변론권을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 관계자는 "중대사태로 규정한다"면서 "임시 이사회를 소집해 사건진상을 파악한 뒤 공식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재판 현장에서 서울구치소로 수감된 김모 변호사도 수감 직후 곧바로 항고장을 해당 재판부에 제출, 강력 반발하고 있다.
김 변호사의 변론은 서울변협 회장인 천기흥 변호사 등 3명이 맡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 변호사는 항고장에서 "변론권은 피고인의 인권보호를 위해 불가피한 것으로 이를 침해하는 국가기관의 행위는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특히 "군사정권에서도 없었던 일로 인권에 대한 현재 법원의 인식수준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지적, 법원 전체와의 확전도 불사하겠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어 법원의 대응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경위 = 재판부에 따르면 김모 변호사는 사기사건 피의자로 재판을 받고 있는 서모씨의 변호를 맡아 이날 오전 재판 시작시간보다 30여분 늦게 법정에 출석했다.
김 변호사는 검찰측 증인으로 나온 백모씨를 심문하면서 백씨가 피고인 서씨에게 불리한 증언을 하자 백씨의 증언사실과는 다른 내용을 마치 백씨가 증언한 것처럼 반대신문했고 재판부가 이를 시정하는 과정에서 일차 충돌이 빚어졌다.
김 변호사가 기소중지 상태의 이모씨를 언급하면서 "검찰이 무혐의처분을 했지요"라고 질문하자 손 판사는 "무혐의가 아닌 것을 알면서 이렇게 유도심문하면 어떻하느냐"고 문제제기를 하면서 고성이 오가는 등 감정이 격화됐다.
김 변호사는 자신의 일련의 행동이 피고인을 보호하기 위한 변론권 행사라고 주장했고, 손 판사는 김 변호사의 행동이 법정의 존엄과 진행을 저해하는 행동이라고 팽팽히 맞서며 10분여간 법정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하지만 재판장과 변호인 사이에 고성이 오간 후에도 변호인의 태도가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자 재판장은 순식간에 김 변호사에게 감치 10일을 명령했고 김 변호사는 즉시 서울구치소로 수감됐다.
판사 주장 = 판사는 이번 명령이 엄정하고 정숙한 법정 분위기 유지와 다른 재판의 진행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손 판사는 "변호인은 법률 전문가로서 피고인의 변론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공익을 위해 종사하는 자라고 변호사법에 나와 있다"며 "(변호사들이) 김 변호사처럼 법정에 임한다면 다른 재판을 도저히 진행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