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6일자) 1가구 1주택 양도세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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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표 부총리가 "1가구 1주택에 대한 양도세 비과세제도를 폐지하는 것을 공론화할 시점이 됐다"고 밝혔다.
결론부터 말해 우리는 1가구 1주택에 대한 양도세부과에 찬성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와 관련된 현행 세제는 집 값이 너무 올라 그대로 유지하기 어려울 정도로 문제점이 불거지고 있다는 점에서 어떤 형태로든 손을 보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현행 세제상으로는 실거래가가 6억원 이상인 경우에는 1가구1주택이라도 양도세를 내도록 하고 있다.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의 양도소득세는 실거래가격으로 부과하도록 돼 있다는 점, 강남 등 일부 지역의 경우 면적으로 보면 중산층 아파트에 속하는 30평형 안팎에도 6억원선을 넘는 것이 결코 적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보통문제가 아니다.
세법대로 양도소득세를 물릴 경우 조세저항이 결코 만만치 않을 게 너무도 분명하기 때문이다.
부동산정책의 실패로 집값이 폭등했는데 그 피해를 부동산 투기와 무관한 1가구1주택 장기보유자들에게 돌리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반론이 제기될 것은 불을 보듯 분명하다.
만약 세금을 물린다면 한동안 강남지역 등의 주택거래가 사실상 중단상태에 빠지는 등 부작용도 한 둘이 아닐 것이다.
그것이 또 새로운 집 값 상승요인으로 작용하는 꼴이 될 수도 있다.
그렇다고 현행 세제상 고급주택(1가구1주택이라도 세금을 내야 하는 주택)의 기준을 6억원에서 8억원이나 10억원으로 올리는 것이 과연 용인될 수 있을까.
이 나라가 '서울 공화국'이 아닌 이상 그렇게 해서는 안된다.
설혹 지방주민의 불평이 없다고 하더라도 양도차익만 수억원이 발생했는데 세금을 물리지 않는다면 다른 어떤 것에 세금을 물릴 수 있을지,그러고서도 언필칭 공평과세 얘기를 할 수 있을 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김 부총리가 이 문제에 대해 "공론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한 까닭도 바로 그래서일 것이다.
그대로 놔두기 어렵게 돼 어떻게든 손을 보긴 해야겠는데 고치기가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 고충을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1가구 1주택에 대한 양도세 비과세 조항과 예외조항 (고급주택)을 모두 없애는 대신 자산소득(양도차익) 공제제도를 도입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는 모양이다.
그러나 그것이 무리없이 정착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이 문제는 30년된 양도소득세제의 근간을 바꾸는 성질의 것인 만큼 신중히 해야 한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