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우왕좌왕 '참이슬'

"요즘 진로는 어떻습니까. 정보가 있으면 좀 주세요. 진로 내부사정이 어렵다는 데 사실인지요." 지난 14일 (주)진로가 법정관리에 들어간 이후 주류업계의 관심은 진로의 동향에 쏠려 있다. 각 회사의 홍보실은 물론 기획실 임직원들이 진로 정보 탐색에 총동원된 느낌이다. 진로 인수에 전혀 관심이 없다면서도 기자에게 은근히 정보를 캐묻거나 알고 있는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하고 있다면서요"라고 떠보는 곳도 있다. 이들이 1급 정보로 치는 것은 진로 노조와 임원,법정관리인의 움직임이다. 지난주 후반부터는 진로 거래처와 자금 사정에 더욱 관심을 쏟고 있다. 대금 결제가 제때 이뤄지지 않아 거래처가 흔들리고 있다는 소문이 강하게 나돈 탓이다. 진로는 요즘 소문대로 상황이 좋지 않다. 법정관리인이 노조의 저지로 12일째 출근하지 못해 각종 서류가 미결 상태로 쌓여 있다. 매월 25일에 지급했던 임직원들의 월급이 26일에도 지급되지 않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직원들의 감정이 폭발 일보 직전까지 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진로 내부에선 조만간 험악한 충돌이 벌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사태가 이런데도 임원들은 손을 놓고 있다. 법정관리인이 들어와야 보고를 할 수 있는데 노조에 막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다. 법정관리인이 임원들의 수동적 태도를 경고하는 편지를 보내기도 했지만 반응이 없다.법정관리 자체를 반대해온 부하직원들에게 배신자로 찍힐 것을 염려해 책임있는 행동을 기피하고 있다. 사태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노조 역시 요지부동이다. 출근저지 투쟁을 풀 만한 명분을 찾지 못해 결단을 내리는데 주저하고 있다. 법정관리는 물론 법정관리인 출입마저 거부했던 노조가 아무런 실익 없이 백기를 들 수 없다는 것이다. 진로의 최근 정보를 종합하면 진로는 지금 기업가치가 떨어지는 쪽으로 가고 있다. 최신 정보는 노조의 법정관리인 출근저지투쟁을 막기 위해 법원이 곧 초강수를 두려 한다는 것이다. 공권력 투입일지도 모른다. 노조와 법정관리인의 협상력이 아쉽다. 고기완 산업부 생활경제팀 기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