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교육계 불신 깊어만가고···

결국 '억지'가 이겼다. 윤덕홍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은 '교육행정 정보화냐,인권침해냐'의 논란을 일으키며 교육계를 극심한 대립상황으로 치닫게 한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시행과 관련,26일 "교무·학사,보건,입·진학 3개 영역에 대해 연말까지 전면 재검토한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하루 전까지 "입시 관련 항목은 한치 양보할 수 없으며 NEIS로 시행한다"던 방침은 온데간데 없어졌다. NEIS에 반대해 '집단 연가투쟁'이라는 초강수를 내건 전교조의 요구에 무릎을 꿇은 것이다. 윤 부총리는 이날 결정이 "특정 단체의 요구에 굴복한 게 아니고 '인권'과 '교육'이라는 측면에서 '자신의 소신'에 따라 내린 결정"이었다고 강변했다. 전날 청와대 민정수석,국회 교육위 소속 이미경 의원이 참석한 가운데 원영만 전교조 위원장과 회동을 가졌던 것이나 26일 오전 청와대에 교육부 입장을 보고하러 갔던 일을 의식해서였는지 "이번 결정은 순전히 내가 내린 정치적 판단"이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위기를 넘어가고 난국을 타개할 때는 '정치적 판단'이 중요하다"고도 했다. 하지만 불행히도 '교육적 관점에서 모든 것을 생각한다'는,또 그래야 마땅한 윤 부총리의 '정치적' 판단은 교육계의 갈등과 불신의 골을 더욱 깊게 하고 있다. 자신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진 전교조는 연가투쟁을 철회하겠다고 밝혔지만 시·도교육감들이 교육부 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공식 성명을 냈고 교총과 초·중고교장협의회 등은 교육 부총리 퇴진을 촉구하고 나섰다. '무일관,무책임 행정의 전형'이라는 비판은 이제 구닥다리가 돼버렸다. 교육부는 이번 결정으로 전교조와의 갈등을 해결했을지 모르지만 교총 등 다른 교육단체나 교장단,수많은 일선 교사들과 또 다른 갈등 국면을 만들었다. 교육부의 오락가락하는 정책에 대한 불신의 골이 깊어진 것은 물론이다. "이젠 교육부 말은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안 듣겠다"는 게 일선 교사들의 반응이다. 윤 부총리가 교육계의 뿌리 깊은 불신의 골을 이번엔 어떤 '정치적 판단'으로 해결한다고 나설지 걱정이 앞선다. 이방실 사회부 기자 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