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참이슬'이 해야할 일
입력
수정
"요즘 진로는 어떻습니까.
정보가 있으면 좀 주세요.
진로 내부사정이 어렵다는 데 사실인지요."
지난 14일 ㈜진로 법정관리가 시작된 후 주류업계의 관심은 진로의 동향에 쏠려 있다.
각 회사의 홍보실은 물론 기획실 임직원들이 진로 정보탐색에 총동원된 느낌이다.
진로 인수에 전혀 관심이 없다면서도 기자에게 은근히 정보를 캐묻거나 알고 있는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하고 있다면서요"라고 떠보는 곳도 있다.
이들이 1급 정보로 치는 것은 진로 노조와 임원,법정관리인의 움직임이다.
진로 법정관리를 신청했던 골드만삭스에 대한 정보는 특급 정보에 해당한다.
거래처 상황과 자금사정도 주요 정보에 든다.
사실 진로는 요즘 소문대로 상황이 좋지 않다.
법정관리인이 노조의 저지로 12일 동안 출근하지 못해 각종 서류가 미결 상태로 쌓여 있다.
26일 오후 노조 집행부가 이원 법정관리인을 만나 27일부터 출근저지 투쟁을 중단키로 한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지난 24일 지급됐어야 할 5월분 임직원 월급이 완전히 해결되지 않아 분위기는 여전히 어수선한 상태다.
임원들과 법정관리인 사이에 조성된 어색한 관계를 바로잡아야 하는 숙제도 있다.
지난 14일 법정관리인으로 선임된 이원씨는 경영진을 불신하고 있다.
그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노조가 투쟁 중이라는 핑계로 임원들이 법정관리인에게 업무보고를 하지 않고 결재서류를 가져오지 않은 것은 책임있는 임원의 자세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노조와의 관계 정립도 쉽지 않은 사안이다.
법정관리인 주도의 구조조정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고 있는 노조와 법원의 감독하에 구조조정을 단행해야 하는 법정관리인의 입장이 대립할 공산이 크다.
하지만 출근저지 분쟁을 타결했듯이 양측이 서로를 이해한다면 한동안 흔들렸던 '참이슬의 위치'는 빠르게 회복할 것이란 시각이 많다.
진로 임직원들은 지금도 고등법원에서 법정관리 결정이 뒤집힐지 모른다는 한가닥 기대를 버리지 않고 있다.
결과가 어떻든 진로 임직원이 지금 해야 할 일은 힘을 모아 기업가치를 높여놓는 것이다.
고기완 산업부 생활경제팀 기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