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에게 경제교육을] 제4부 : (9) '수요-공급 교육'

미국 정규 교과과정에서는 고등학교 3학년(12학년) 학생들에게만 경제이론을 가르친다. 학생들은 이전까지는 사회과목 시간에 생활경제를 배우다 고3이 돼서야 어려운 경제개념을 접할 수 있다. 이들은 1년간 1백65시간 이상 경제교육을 반드시 이수해야 졸업할 수 있다. 경제이론을 집중적으로 배운다고 해서 단순히 교과서를 암기하는 그런 식의 교육은 아니다. 풍부한 자료와 사진을 담은 교과서를 비롯 비디오 교육 및 인턴십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실생활에 유용한 경제개념을 몸소 체험한다. 오늘은 경제교육 시범 학교인 텍사스주 휴스턴시 라마고등학교의 경제수업 시간을 들여다보기로 하자. 주제는 '수요와 공급'이다. 수업이 시작되자 경제교사인 캐서린 리딩은 칠판 한 쪽에다 오늘의 수업목표를 큼지막하게 적었다. '가격은 어떻게 정해지는가' '상품의 수요ㆍ공급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은 어떤 것들이 있는가' '보이지 않는 손이란 무엇인가' 등등. "가격이란 시장에서 상품 한 개와 교환되는 화폐단위를 뜻합니다. 만약 연필 한 개의 가격이 1달러라면 생산자들은 이 가격으로 몇 자루의 연필을 만들어 팔 것인지 결정하고, 소비자들은 몇 자루를 살 것인지 정하게 되지요. 가격은 이처럼 경제활동의 신호등입니다."(리딩) 곧이어 시험문제지와 눈금 용지가 배포됐다. 시험지에는 가격과 수요량, 가격과 공급량이 적혀 있었다. "눈금용지 위에 점들을 표시하면서 수요곡선과 공급곡선을 그려 보기로 해요. 이들이 교차하는 지점은 '균형가격'이라고 부릅니다."(리딩) 어찌보면 너무도 쉬운 내용이지만 고3학생들은 초등학생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재미난 듯 그림을 그렸다. 적막감이 들 정도로 학생들은 수업에 집중했다. 교사는 두 명의 여학생에게 교단 앞으로 나오도록 지시했다. 학생 에밀리 디링은 '미스 수요(Miss Demand)', 또 다른 학생 크리스텐 존스턴은 '미스 공급(Miss Supply)'이라고 이름 붙였다. "미스 공급은 학용품가게 주인이랍니다. 이제 미스 수요(소비자)가 방문해 소매가격이 2달러인 연필값을 깎는 역할극을 해보죠."(리딩) "미스 공급, 연필을 1달러 깎아 주세요. 옆집 가게는 연필을 1달러50센트에 팔던데요."(디링) "그렇게는 안되겠어요. 그 집 연필은 품질이 나빠요. 요즘은 우리 가게 연필을 찾는 학생들이 많아 물건량이 달려(초과수요) 값을 3달러(균형가격)로 올리려던 참인데요, 뭘."(존스턴) "그러면 연필 대신 볼펜(대체재) 값을 깎아주세요. 만약 예전처럼 50센트 이상 내린 값으로 팔지 않는다면 앞으로는 볼펜을 사지 않을 거예요(가격 탄력성)."(디링) "볼펜 값은 깍아줄 수 있어요. 우리 가게는 다른 가게보다 더 좋은 품질의 상품을더 싼 가격으로 팔고 있지요(완전경쟁시장). 자주 방문하는 학생들에게는 지우개를 공짜로 줄 예정입니다(끼워팔기ㆍtie-in sale)."(존스턴) 교사는 학생들의 역할극 중간중간 수시로 끼어들어 수요ㆍ곡선상의 이동 수요ㆍ공급 곡선의 이동 대체재와 보완재 완전경쟁시장ㆍ독점시장ㆍ독점적 경쟁시장ㆍ과점시장 가격 탄력성 등을 설명했다. 교과서에 나온 경제개념은 결코 실생활과 동떨어진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시장에 무수히 많은 미스 수요와 미스 공급이 있다고 상상해 보세요. 이들은 가격이라는 기준을 놓고 날마다 흥정하고 물건을 사고팔게 되지요. 개인들은 이렇게 행동하는 가운데 '보이지 않는 손'의 인도를 받아 결정을 내리고 결국 사회 전체적으로는 자원이 효율적으로 배분됩니다. 중앙 정부가 모든 경제 정보를 입수ㆍ통제하면서 자원을 배분하는 것을 두고 '계획경제체제'라고 부르지요. 그 반대를 '시장경제'라고 보면 됩니다."(리딩) 수업이 거의 끝날 무렵이 됐다. 교사는 수요ㆍ공급곡선을 그릴 수 있는 똑같은 형태의 또 다른 시험문제지를 학생들에게 나눠줬다. 종전과 마찬가지로 가격과 수요량, 가격과 공급량이 적혀 있었지만 이번에는 변수가 주택가격이다. "다음 시간까지 그래프를 그려오는 학생에게는 학기말 평가에서 추가로 10점을 더 주겠어요."(리딩) 너무도 쉬워 보이는 경제수업 과제물을 받아들었지만 학생들의 표정은 매우 진지했다. 수업이 끝난 뒤 교사 리딩을 만났다. "미국의 경제교육은 결코 어렵지 않습니다. 고3 과정을 마친 사람이라면 경제의 기초 개념은 절대로 잊지 않도록 체험 위주의 교육을 실시하지요. 경제란 직접 참여하지 않고는 배울 수 없습니다. 경제교육 시간에 역할극을 동원한 이유도 이 때문이지요." 휴스턴(미 텍사스주)=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