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ㆍ이민 가이드] 철저한 준비만이 '조기정착 지름길'

이민은 행복이나 성공의 동의어가 아니다. 언어장벽, 문화적 이질감 등 이민자가 겪어야 할 어려움은 수없이 많다. 한국에서 '한자리 했다'는 권위주의적 생각을 갖고 있거나 다른 문화에 배타적인 사람은 성공하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영주권 취득에 매달려 이민생활 자체에 대한 준비를 소홀히 하면 실패한다"고 충고한다. 자격증 취득부터 영어 공부, 집과 차 구입, 아이 학교 준비, 심지어 아이 예방주사 기록까지 준비하지 않으면 모두 고생이 된다. 철저한 준비와 노력, 그리고 도전정신만이 성공하는 이민을 만든다. 미국 LA에서 식품점을 운영하고 있는 정은석씨(45)는 성공한 이민자로 꼽힌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한국에서 중소기업을 다니던 그는 지난 86년 미국으로 이민왔다. 정씨는 대부분의 한국인 이민자가 그렇듯 자영업에 뛰어들었다. 빨래방 세차장 세탁소 식당 등 안해본 일이 없을 정도였던 그는 경험을 살려 10년전 식품점을 차렸다. 하루 16시간 이상을 일하는 근면함으로 지역 주민의 발을 끄는데 성공한 정씨는 현재 연간 10만달러 정도의 안정적인 수입을 올리고 있다. 정씨는 "미국에서 성공하려면 '헝그리 정신'이 가장 중요하다"며 "이를 악물고 노력한다면 한국보다 벌이도 좋고 생활환경도 좋아 살기 편하다"고 말했다. 정씨는 지금도 부인과 함께 일주일 내내 하루 14시간씩 일한다. 반면 대기업 부장을 지내다 2000년 이민 온 김정식씨(47)는 최근 역이민을 생각하고 있다. 퇴직금에다 서울의 아파트 판 돈을 합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편의점을 열었지만 현지 법을 잘 몰라 계약과정에서 몇만달러를 손해봤다. 언어와 문화 차이로 인해 미국인 고용자들과 자질구레한 문제가 생기면서 장사도 신통찮다. 13살인 아들은 학교에 잘 적응하는 눈치지만 17살인 딸은 현지에 어울리지 못해 성적이 형편없다. 사정이 이렇게 어렵게 돌아가자 아내는 지난해 말부터 "서울로 다시 가자"고 김씨를 조르고 있다. 하지만 돈을 많이 까먹은데다 한국내 집값이 크게 올라 다시 돌아가기에도 어려운 실정이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