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패션] 명품 : 젊고 경쾌하게…명품이 가벼워진다

'명품'이 가벼워지고(?) 있다. 그동안 다소 딱딱하게 느껴질 정도로 점잖고 권위있는 이미지를 추구해 왔던 고가 해외 브랜드들이 최근 육중한 겉옷을 벗어버리고 젊고 경쾌한 모습으로 변신하고 있다. 올해로 탄생 1백52년을 맞는 아쿠아스큐텀이 대표적인 예다. 이 브랜드는 영국 왕실이 수차례 수여한 왕실보증서(Grant of Arms)나 애드워드 황태자, 대처 전 총리가 올라 있는 단골고객 명단 등 명품의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다. 특히 특유의 하우스체크와 트렌치코트는 '명문가 어르신 패션'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다. 이처럼 정통 트래디셔널 브랜드의 선두주자로 군림하며 보수적인 성향이 강했던 아쿠아스큐텀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전체적인 분위기가 젊고 밝아졌다. 선명한 블루와 화이트의 대비, 감각적인 스트라이프,현란한 그래픽 등 과감해진 색상과 패턴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매장 전면에 배치된 상품도 딱딱한 정장에서 캐주얼 감각이 가미된 세미수트로 교체됐다. 이같은 변화는 전세계 아쿠아스큐텀의 안테나숍이라고 할 수 있는 영국 런던 리젠트가의 본사 매장에서부터 시작됐다. 김항진 동일레나운 아쿠아스큐텀 사업부장은 "영국 본사에서는 이미 마크 허즈(Michael Herz)라는 젊은 디자이너를 새로 영입하고 매장 인테리어 전체를 유니크한 컨셉트로 바꾸는 등 과감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런던 숍의 전체적인 컨셉트는 미니멀리즘과 모더니즘.특히 마크 허즈가 윈도에 그려넣은 일러스트는 간결한 선과 유머가 어우러져 전통을 기반으로 한 새롭고 혁신적인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다는 평을 듣는다. 항상 섹시하고 세련된 업 타운 걸의 이미지를 강조해온 루이비통은 이번 시즌 뜻밖에 만화영화와 조우했다. 일본 아티스트 다카시 무라카미가 5분 길이의 브랜드 홍보 애니메이션을 제작한 것이다. 도쿄 오모테산도 지역의 루이비통 매장 앞에서 친구를 기다리던 어린 소녀 아야(Aya)가 모바일 폰을 꺼내다 떨어뜨린다. 그때 상상 속의 캐릭터인 팬더가 나타나 그것을 낚아채 꿀꺽 삼켜 버리면서 환상여행이 시작된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패러디한 이 작품은 청담동 직영점을 포함한 전세계 뉴 컨셉트 스토아에서 상영중이다. 여기에 등장하는 팬더(Panda), 플라워 햇맨(Flower Hatman), 오니온 헤드(Onion Head)등의 캐릭터가 그려진 제품도 곧 선보일 예정이다. 애니메이션과 함께 선보인 알록달록한 멀티컬러 모노그램 가방과 벚꽃무늬 핸드백은 뉴욕 파리 도쿄 등지에서 매진사태를 빚고 있다고 루이비통측은 설명했다. 에르메스는 이미 지난해에 '귀여운 변신'을 시도했다. 작년까지는 에르메스 로고 밑에는 귀엽고 앙증맞은 소년이 목마(에르메스의 상징)를 끄는 그림이 줄곧 자리잡고 있었다. 이 일러스트의 작가는 꼬마 니콜라, 좀머씨 이야기 등의 작품으로 국내에도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장 자크 상페. 둥글둥글하고 귀여운 그의 그림이 에르메스에 대한 대중적인 친밀도를 높여준 것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