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해냈다] 싸이더스 차승재 사장 (4) 종합엔터테인먼트사업의 明暗

싸이더스를 둘러싼 경영환경은 급박하게 돌아갔다. 2000년 10월,로커스홀딩스(현 플레너스)가 싸이더스의 지주회사로 출범했다. 로커스홀딩스는 이듬해 3월,국내 최대의 영화투자배급사 시네마서비스의 지분 60%를 인수했다. 싸이더스와 시네마서비스가 로커스홀딩스라는 지붕아래 두 집 살림을 차린 셈이다. 영화제작사와 투자배급사의 동거는 외견상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싸이더스는 '살림'의 중심에서 밀려나 있었다. 같은 해 싸이더스가 개봉한 대작영화 '무사'와 '화산고'는 소폭의 이익을 냈지만 주주들의 높은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 애니메이션 등 신규사업도 적자가 줄어들지 않았다. 차 사장은 싸이더스가 모기업에 부담을 주는 '불편한 동거'관계라면 그만 끝내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로커스홀딩스에 '이혼'을 요구했다. 스스로 독립해 영화제작에 필요한 자금을 대줄 다른 투자자를 찾고 싶었다. 로커스홀딩스의 자회사라는 신분에서 영화제작에 필요한 자금을 시네마서비스로부터 제공받아야 했지만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이 문제로 모기업의 경영진과 차 사장간에 갈등이 생겼다. 2002년 4월,코스닥등록회사인 로커스홀딩스는 구조조정을 발표했다. '시네마서비스는 합병하고 싸이더스의 스포츠스타 매니지먼트와 영화사업부는 분리매각,연예인매니지먼트와 음반사업부문은 별도법인(싸이더스HQ)으로 출범시킨다'는 내용이었다. 이 발표후 두 달이 지나 차 사장은 1백10억원규모의 부채를 떠 안고 로커스홀딩스로부터 독립하게 된다. 말이 독립이지 내버려진 것이나 다름 없었다. 그는 당장 부채를 줄이는게 급선무였다. 사업구조조정에 들어가 애니메이션 스포츠스타,개그맨 매니지먼트 사업을 매각했다. 영화 '결혼은 미친 짓이다'의 흥행수입과 기존작품의 수출,부가판권수입 등도 빚을 갚는데 사용됐다. 차 사장이 야심을 갖고 시작했던 종합엔터테인먼트사업은 2년여만에 이렇게 마무리됐다. 그러나 로커스와 함께 일하면서 얻은 것도 적지 않았다고 그는 회고한다. 우선 영화제작사로서 앞선 경영조직을 갖추게 됐다. 싸이더스는 현재 영화사로는 드물게 삼일회계법인으로부터 회계감사를 받고 있다. 그만큼 투명한 경영을 하고 있다. 또 분권화가 이뤄져 권한과 책임이 일선 부서에 많이 내려가 있다. 직원들이 업무분장료를 갖고 있을 만큼 업무가 담당자의 책임하에서 진행된다. 사람들을 많이 알게 된 것도 차 사장의 소득이다. 경영을 가르쳐 준 김형순 로커스 사장과는 지금도 속내를 터놓고 지낸다. 로커스의 송지호,김용수 상무와 이응진 변호사 등도 한때 입장이 다른 모기업측 사람이었으나 차 사장의 솔직한 성격으로 이제 친구사이가 됐다. "제가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면 친분관계는 오래도록 지속될 겁니다." 그는 "과욕은 사업에서 무리한 베팅을 낳고,인간관계를 파탄으로 몰아가는 주범이다"고 강조한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