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에게 경제교육을] 제4부.끝 : (10) '주식투자'

한국 학생들에게 '주식'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투기'라고 한다. 학교에서 정식으로 주식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하루가 멀다하고 터져나오는 주식과 관련된 불미스런 뉴스로부터 주식을 접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잘만 하면 주식은 시장 경제의 원리와 건전한 투자를 배울 수 있는 좋은 교육소재가 될 수 있다. 미국의 고등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모의주식투자를 경험하도록 해 어렸을 때부터 '투기'가 아닌 '투자'로 주식을 바라보도록 하고 있다. 교사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모의주식투자 경진대회도 매년 열어 현장감을 불어넣는다. 교사들의 주식 투자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한국과는 전혀 딴판이다. 미국 조지아주 던우디고등학교 3학년 여학생 아빈은 얼마전 경제담당 스티브 포텐베리 선생님으로부터 조그만 상을 받았다. 반 아이들과 함께 하는 모의주식투자에서 1등을 해서다. 모의주식투자를 시작하기 전만해도 아빈은 주식에 대해 전혀 몰랐다. 그러던 아빈이 주식 재미에 톡톡히 빠진 것은 경제 선생님의 독특한 교습방법 덕이었다. 포텐베리 선생님은 교과서에 실린 복잡한 주가차트를 보여주면서 주가변동과 수익률 등 주식에 대한 기본 개념을 가르치는 따분한 수업을 과감히 버렸다. 대신 학생들에게 특정한 역할을 부여함으로써 생활로 주식을 체험하도록 했다. 모의주식투자를 시작하면서 포텐베리 선생님은 남학생 한 명과 여학생 한 명을 짝지어 주고 부부라고 가정해보라고 했다. 아빈은 같은 반 남자친구 모리스와 짝이 됐다. 결혼하면 남편성(姓)을 따르는 미국 관례처럼 아빈은 원래 성인 '심' 대신에 모리스의 성인 '딕슨'을 붙였다. 친구 그레이스는 브라이언, 스타는 라이언과 부부로 맺어졌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가상부부'는 모두 10쌍. 선생님은 개개인에게 직업도 줬다. '딕슨' 부부의 경우 부인인 아빈은 스튜어디스가 됐고 남편 모리스는 의사였다. '가상부부'들은 직업별로 소득수준에 맞춰 살수 있는 차도 골라적고 생활 설계도 해봤다. 단순히 모니터를 보고 주식을 사는 것이 아니라 그럴싸한 가상 현실을 설정함으로써 보다 생생하게 주식을 익힐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선생님이 고안한 아이디어였다. '가정(家庭)'이 얼추 꾸려진 뒤 선생님은 각 부부에게 5만달러가 수중에 들어왔다고 생각해 보라고 했다. 아이들에게 떨어진 특명은 이 돈을 몽땅 주식 투자에 쓰는 것. 현재 주가와 기업의 장래성 등을 고려해 종목을 산 뒤 일주일후 주가변동에 따라 가장 큰 수익을 낸 부부에게 조그만 상이 돌아간다. '딕슨' 부부는 주당 28달러21센트하는 할인점 타깃(Target) 3백54주, 편의점 CVS(주당 22달러62센트) 8백84주, 코카콜라(40달러46센트) 4백94주를 샀다. 그레이스ㆍ브라이언 부부의 포트폴리오는 록히드마틴 마이크로소프트 페덱스(FedEx) 허쉬(초콜렛회사) 등 4개 종목으로 채워졌다. 아이들이 고른 종목은 나이키 폭스 혼다 유니버설…. 모두 일상생활과 가까운 귀에 익숙한 기업들이었다. 포텐베리 선생님은 아이들의 포트폴리오를 종이에 적어 교실 한 구석에 붙여뒀다. 가상부부들은 일주일간 주가차트를 꼼꼼이 챙겨봤다. 주식을 산 뒤 일주일 후 결과가 발표됐다. '딕슨' 부부가 1천26달러의 이익을 챙겨 1등을 거머줬다. 코카콜라와 타깃의 주가는 좀 빠졌지만 CVS의 주가가 24달러90센트로 뛰었기 때문이었다. "한국에서는 주식에 대해 전혀 몰랐는데 모의투자를 하면서 주가 변동과 종목 분석 등 기초적인 지식들을 재미있게 배울 수 있었어요" 한국에서 중학교까지 마치고 미국으로 건너온 한국계 미국인인 아빈의 얘기다. 아빈은 "주식이라고 하면 왠지 딱딱하고 어렵게 느껴지는데 부부를 설정해 두고 가상으로 주식을 사고 파니 복잡하던 주식 차트가 머릿속에 쏙쏙 들어왔다"고 말했다. 던우디(미 조지아주) 김미리 기자 mi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