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미래 소비자' 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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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를 학교에 넣을 때 부탁받는 게 하나 있다.
동네 대형슈퍼마켓인 세이프웨이나 자이언트에서 나눠 준 양식에 부모이름과 주소 등 간단한 정보를 써달라는 요청을 받는다.
그러면 번호 하나를 준다.
그 번호는 세이프웨이나 자이언트 전산망에 입력된다.
세이프웨이나 자이언트는 그 번호를 가진 학부형이 물건을 사면 물건값의 일정금액을 따로 적립해 일년에 한번씩 그 학교에 기부금으로 전달한다.
큰 돈은 아니지만 학생들을 위해 쓰인다.
애들은 그 돈이 얼마나 되는지,자신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모르지만 자기가 다니는 학교가 도움을 받는다는 것을 알고,가능하면 그곳에서 쇼핑해 달라고 부모를 조른다.
지역사회에 기여하겠다는 순수한 의도지만 어린이의 머리 속엔 그 기업들이 오랫동안 남게 된다.
애완용품을 파는 페트코는 초등학생들의 필드트립(Field Trip,소풍이나 야외학습)을 무료로 받아준다.
페트코를 찾은 아이들은 애완동물을 구경하기도 하고,전문가로부터 애완동물 기르는 방법을 배우기도 한다.
안경회사인 펄 비전은 올해 벌써 1백30차례 무료소풍기회를 제공했다.
펄 비전을 찾은 학생들은 안경이 어떻게 만들어지고,눈이 나빠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배운다.
이들뿐만이 아니다.
자동차회사는 초등학생들을 초청,자동차 안전교육을 시킨다.
초등학교와 이들에게 무료소풍기회를 제공하고 싶은 기업을 연결해주는 회사도 있다.
필드 트립 팩토리라는 회사는 기업들이 어린이들에게 재미있고 유익한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담당자도 훈련시킨다.
아이들에게 좋은 기업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한 얄팍한 상술처럼 보이지만 학교는 돈을 절약할 수 있고,아이들은 새로운 경험을 하게 돼 좋아한다.
아이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막강한 구매력을 갖고 있다.
직접적인 구매력이 연간 1백억달러를 넘는다.
부모의 소비에 영향을 주는 간접구매력까지 합치면 아이들의 실질구매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미래 소비자를 잡기 위한 기업들의 노력.미국에선 그런 노력이 슈퍼마켓 등 작은 곳에서부터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다.
워싱턴=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