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9일자) 한ㆍ일 FTA 정지작업 선행돼야

노무현 대통령이 3박4일간의 일본 방문을 마치고 오늘 귀국한다. 노 대통령의 현충일 일본국왕 면담,방일기간중 유사법제 통과 등 매끄럽지 못했던 방일 일정에 유감이 없는 것은 아니나 양국 정상이 미래지향적 협력관계 발전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는 점에서 기대하는 바가 크다. 사실 한·일 양국은 국교를 정상화한지 4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으나 과거사에 발목이 잡혀 여전히 가깝고도 먼 나라로 자리매김 돼 오고 있다. 이런 점에서 양국 정상이 "과거사를 직시하고 이를 토대로 미래지향적 양국관계 발전을 위해 함께 전진해 나가야 한다"고 인식을 같이 하면서 세부 실천사항에 합의한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다. 특히 세부 실천사항으로 합의한 △한국인의 일본 입국비자 면제 조기실현 △김포-하네다 셔틀 항공편 운항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교섭 조기 개시 △국교정상화 40주년 기념 코리아-재팬 축제 2005 등은 한결같이 한·일 양국간 우호관계는 물론이고 경제관계에도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내용들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그 중에서도 우리가 특히 주목하는 것은 양국 정상이 한·일 FTA체결 교섭을 조기에 개시키로 합의 했다는 대목이다. 98년 논의가 시작된 한·일 FTA는 그동안 일본측의 적극적인 자세에도 불구하고 산업피해를 우려한 우리측의 시기상조론으로 별다른 진전이 없었던 상태였으나 이번 정상간 합의로 논의가 급진전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한·일 FTA는 향후 중국을 포함한 동북아 경제공동체 결성을 위해서는 물론이고 세계경제의 블록화에서 고립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필요하다는데 이의를 달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한·일 간에는 누적 무역적자가 2천억달러에 이를 만큼 경쟁력 격차가 존재해 산업피해가 엄청날 것이라는 점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런 점에서 FTA를 앞당기기 위해서는 우리측의 산업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사전 정지작업이 선행돼야 마땅하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지난 1월 발효된 한·일 투자협정에 따라 일본기업의 한국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일이 급선무다. 특히 우리가 취약한 부품 소재산업에 대한 투자확대는 무역적자를 줄이는 사전노력 차원에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아무쪼록 한·일 양국정부는 이번 정상간 합의사항을 조속히 실천에 옮겨 양국관계가 명실상부한 미래지향적 관계로 성숙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줄 것을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