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나간 '지역경제 살리기'] (1) 부산 신발산업 : 엉뚱한 곳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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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지방 전통산업 육성정책이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고도 성과는 미미하다는 비판이 거세다.
부산 신발과 대구 섬유, 광주 광산업, 경남 기계 등에 많은 세금을 투입했지만 인건비 상승과 중국을 비롯한 후발국가의 추격 등으로 산업 비중은 오히려 낮아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의 육성책이 미래지향적인 대체산업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빗나간 지역경제 살리기의 실태와 바람직한 정책 방향 등을 매주 목요일 시리즈로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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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강서구 녹산국가공단내 신발단지.
산업자원부와 부산시가 부산 대표적 산업의 하나로 꼽히는 신발산업을 회생시켜 보자고 만든 곳이다.
이곳에 입주한 신발업체들은 요즘 걱정이 태산이다.
수출과 내수가 줄어들면서 매출이 20% 이상 뚝 떨어졌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부산시와 산자부는 엉뚱한데 돈을 쏟아붓고 있다.
지난 1월 우선 건물만 지어놓은 부산신발산업진흥센터가 그 대표적 사례다.
◆ 기존 설비 활용이 시급 =부산시와 산자부는 1천8백1억원을 투입해 신발산업 경쟁력 제고를 추진 중이다.
대표적 사업이 녹산공단내 들어서는 신발산업진흥센터.
신발임대공장과 연구소, 정보화 단지 등이 들어설 이 센터는 우선 지난 1월말 임대공장을 완공했다.
연구소와 정보화단지는 연내 20여명의 연구인력과 장비를 확보하고 오는 12월 문을 열 예정이다.
하지만 이 센터가 발주한 신발제작 장비들은 대부분 범용시설인데다 업체들과 대학,한국신발피혁연구소가 이미 갖고 있는 장비들이어서 불필요한 이중투자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현재 산자부 산하 한국신발피혁연구소가 부산에서 신발 디자인과 시제품, 소재 개발 등을 하고 있는데도 또다시 연구인력을 뽑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다.
T사 관계자는 "부산시가 산업의 효율성보다 정부예산을 따오는데만 혈안이 돼있다"며 "기존의 시설과 인력의 활용도를 높이는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신발산업진흥센터는 장비에 맞춰 건물을 설립해야 하는데도 건물부터 만들어 놓고 장비를 도입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 때문에 지난 1월말 완공된 신발임대공장은 38개 공장 가운데 5개만이 시험가동 중이다.
당초 입주키로 했던 8개사는 하중 등을 외면한 건물의 구조결함을 이유로 이전을 포기했다.
◆ 홀로서기도 불투명 =신발산업진흥센터는 오는 2006년부터 스스로 사업을 펼쳐 돈을 벌고 살림을 운영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시스템으로는 수익모델이 없다.
3년후 정부지원이 끊기면 독자생존할 길이 막막하다.
부산시는 벌써 2004년부터 2008년까지 포스트 신발산업 육성을 위해 8백54억원이 추가로 필요하다며 정부에 손을 벌리고 있다.
김영구 부산경제연구소 소장은 "1천8백억원에 달하는 총사업비의 74%를 하드웨어 부문에 투자해 앞으로 디자인 등 소프트웨어 부문에 대한 추가투자도 불가피한 실정"이라고 밝혔다.
◆ 육성전략 재검토해야 =부산시가 추진하는 디자인 공동개발, 공동판매 전략도 시대에 뒤떨어진 발상이라는 지적이다.
L사 관계자는 "신발산업진흥센터가 디자인을 만들고 업체들이 이 디자인을 공동사용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디자인의 경우 업체 고유의 자산인 만큼 독자적으로 디자인 경쟁력을 확보하도록 해주는 정책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S사 관계자는 "신발산업의 재도약을 위해서는 정부가 내수시장 판로 확충과 특수 겉창 등 소재부문의 신제품 개발에 집중 지원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강조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