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변신 '룰라' 브라질을 살렸다] (끝) (인터뷰) 브라질 대사 대리

노동자와 빈민층의 지지를 업고 브라질 대통령에 당선된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는 사회주의 노동운동가에서 중도우익 성향의 시장주의자로 노선을 급선회했다. 그 덕분에 해외 투자가들의 신뢰를 얻는 데는 성공했다. 하지만 초긴축정책을 유지,실업률이 10.5%에서 12.4%로 치솟는 등 서민들의 살림은 오히려 어려워지면서 지지층 일각에서 불만의 소리도 흘러 나오고 있다. 그러나 에르네스또 후바스 주한 브라질 대사대리는 "룰라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더 많은 몫을 나눠주려면 파이를 키워야 한다는 현실을 잘 알고 있다"며 "의회는 물론 노동자들도 여전히 그를 지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제성장이라는 대의를 위해서는 노동자도 기업인과 타협해야 한다는 게 룰라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종로 소재 브라질 대사관에서 13일 후바스 대사대리를 만나 룰라의 대변신이 브라질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들어봤다. -룰라 대통령은 어떤 사람인가. "원기 왕성하고 분명한 사람이다. 노무현 대통령과 비슷한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가난한 집안 출신에 노동운동을 했었고,성격도 비슷한 점이 많아 흥미롭게 여기고 있다." -룰라 대통령이 노선을 바꾼 이유는 무엇인가. "룰라 대통령은 앞선 세 번의 대통령선거에서 실패한 후 노조지도자, 특히 사회주의자 경력으로는 대통령이 된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현실을 깨달은 것 같다. 하지만 이런 변화는 바람직하고 현실적이었다. 이상주의자에서 현실주의자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룰라 대통령의 이상이 변한 것은 아니다. 룰라 대통령의 이상은 예나 지금이나 노동자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것이다. 다만 목표 달성을 위해 방법을 변경한 것 뿐이다. 노동자들에게 권력을 쥐어준다고 해서 노동자들이 더 잘 살 수 있게 되는 것은 아니며,이들이 부의 혜택을 더 잘 누릴 수 있도록 사회기반을 만들어 주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긴축정책 때문에 실업률이 높아졌다. 부의 재분배 원칙을 포기한 것은 아닌가. "성장과 분배는 따로 떼어 생각할 수 없다. 룰라 정부의 경제 정책은 지속 가능한 성장의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다. 정부의 재정상태를 개선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그리나 궁극적인 목표는 경제성장을 통한 더 나은 분배다. 룰라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더 많은 몫을 나눠주려면 파이를 키워야 한다는 현실을 잘 알고 있다. 현재 브라질 기업들의 여력으로는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게 불가능하다. 신뢰를 회복해 해외자본을 끌어와야만 일자리가 생기고 인프라도 확충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긴축정책을 통해 재정상태가 개선되고 있다는 모습을 해외에 보여줘야 한다. 단기적으로 실업률이 오르는 것은 불가피하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기다려야 한다." -룰라 정부는 성장과 분배를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 "재정상태 개선이 우선이다. 이를 위해 사회보장제도 개혁,특히 공무원 연금제도 개혁을 강력히 추진하고있다. 재정상태가 좋아져야 경제개발을 통해 더 나은 소득분배를 할 수 있게 된다. 법인세 인하와 인프라 투자확대도 지향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생산비용을 낮춰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시켜 지속 가능한 성장을 가능케 하는 게 목표다. 현재 브라질에는 3천만명에 달하는 빈곤층이 있다. 이들에게 한 사람당 월 30달러씩 지급하고,자녀를 진학시키지 못하는 가정에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빈곤 퇴치 프로그램(포미제로)도 추진 중이다. 지금까지는 큰 성과가 없었지만,5년 내지 10년을 기다리면 가시적 성과가 나타날 것이다." -경제개혁의 성과가 나타나고 있는가. "금융비용을 제외한 재정흑자 목표치인 GDP 대비 6%를 달성했다. 5월까지 무역흑자가 80억달러를 기록했고 지난 4개월 사이에 환율도 안정됐다. 무역 흑자는 헤알화 약세의 덕도 봤지만 기본적으로 농업 생산성이 향상된 결과다." -최근 룰라 대통령이 소속된 노동자당과 부통령이 대통령의 일부 정책을 비난했다. 정치적 도전이 아닌가. "대통령은 국민이나 의회로부터 여전히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부통령이 대통령의 고금리정책을 두고 노골적으로 비난했지만 이게 바로 그의 역할이다. 애초에 대통령이 기업인을 부통령에 앉힌 이유가 바로 이런 것이다. 경제성장이라는 대의를 위해서는 기업인과 노동자가 타협해야 한다. 대통령과 부통령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적이 아니라 서로 보완관계에 있다. 대통령의 연금개혁안에 대한 노동자당의 비판은 일부의 목소리일 뿐이며 의회 다수는 개혁을 지지하고 있다." -공무원 연금 개혁 때문에 대규모 시위가 열리고 있다. 대통령이 연금 개혁에 성공할 것으로 보는가. "연금 개혁으로 특히 장년층이 타격을 받기 때문에 12일 시위에 수만명이 참가했다. 하지만 브라질 인구 1억7천만명에 비하면 소수가 아닌가. 중요한 것은 연금개혁안이 결국 의회를 통과할 것이라는 점이다. 현재 재정 상태로는 지금처럼 연금제도를 운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룰라 대통령은 '더 나은 대안을 내놓는 사람이 있다면 언제라도 채택하겠다'고 말했다. 대안이 없다는 데 나도 공감한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