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담당 임원 "정부가 勞使분규 방조 산업현장 87년과 비슷"

"요즘 산업현장은 지난 87년 6·29 선언 직후 상황과 다름 없을 정도로 혼란스럽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주최로 13일 서울 팔래스호텔에서 열린 김칠두 산업자원부 차관 초청 주요기업 인사노무담당임원 조찬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의 불만은 극에 달한 듯했다. 한 임원은 "지금의 산업현장 분위기는 초법적인 노사분규가 단기간에 다발적으로 일어났던 87년 여름의 상황을 방불케 한다"고 전했다. 또 다른 임원은 "산자부가 정부내에서 노사문제를 다룰 때 산업계의 입장을 대변해줘야 하는데 친노(親勞)정부라서 입을 다물고 있는거냐"며 산자부 관료들을 다그쳤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기업체 임원은 현대자동차 김종곤 상무,두산중공업 정석균 전무,현대중공업 곽만순 전무,대우조선해양 심규상 전무,㈜효성 김성백 상무,통일중공업 한승엽 이사 등 이른바 강성노조 기업 노무담당 임원 7명.이들은 산자부 김 차관과 산업정책국장,산업혁신과장에게 불만 섞인 하소연을 끊임없이 쏟아냈다. 경총 김영배 전무도 "산업현장에서의 노사관계 불안정은 정부가 주장하는 것처럼 제도상 사회통합적 노사관계가 부족하다는 문제점 때문이 아니라 노조의 집단 이기주의적 태도와 이를 방조하는 정부 때문"이라고 정부의 친노사정책을 성토했다. 이날 기업체 임원들은 참여정부 출범 이후 두산중공업과 철도파업,화물연대 파업 등 각종 노사현안에 대한 정부의 대처방안에 대해 '법과 원칙의 훼손' '감상적 온정주의'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집중 비판했다. 한 대기업 임원은 "정부는 노조가 약자라는 감상적 온정주의에서 벗어나 법치주의의 원칙아래 공정한 법집행을 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조용히 있으면 피해를 본다는 인식이 만연돼 노사분규가 급격히 확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참석자들은 특히 노사현안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근골격계 질환 문제에 대해 "근골격계 문제가 노조의 연중 파업수단으로 등장하고 있다"며 "기준이 애매한 상태에서 노조의 도덕적 해이까지 겹쳐 기업경영에 위협을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 참석자는 최근 중앙노동위원회가 전국 건설엔지니어링 노조의 노동쟁의 조정신청을 받아들여 조정종료 결정을 내린 것과 관련,"노조의 형식적 조정신청을 반려하지 않는 것은 불법파업을 합법화하는 꼴"이라며 중노위 결정을 비판했다. 김 차관은 이에 대해 "기업들의 어려움을 충분히 이해한다. 앞으로 노사현안에 대해 자주 대화를 갖고 풀어나가자"는 말 외에는 별다른 대답을 하지 못했다. 정구학 기자 c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