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년 '바이코리아' 재현되나] 외국인 대형블루칩 집중 타깃


지난 97년 12월27일.


한국 증시는 IMF 경제위기로 만신창이가 돼 있었다.
종합주가지수는 376에 불과했다.


많은 사람이 공포에 질려 있을 때 외국인은 주식을 사기 시작했다.


무려 49일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사들였다.
이 기간에 쏟아부은 돈만 4조2천2백억원.


외국인의 공격적인 매수에 힘입어 삼성전자 주가는 3만8천원에서 10만1천원으로 뛰었다.


종합주가지수는 570까지 상승했다.
51%나 오른 셈이다.


만 5년이 조금 지난 2003년 5월28일.


외국인 장세가 또 다시 나타났다.
외국인들은 6월13일까지 12일 동안 무려 1조8천6백18억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였다.


매수 강도로 보면 지난 95년 이후 5번째에 달한다.



◆ 외국인, 왜 사나


연초에 한국 증시를 떠나게 했던 악재들이 하나둘씩 해결 방향을 잡아가고 있다.


북핵과 사스의 영향력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국내 경기도 하반기부터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카드채, SK사태 등도 나름대로 방향을 찾아가고 있다.


물론 세계경제의 원동력인 미국의 각종 지표가 호전되고 있다는게 밑바탕에 깔려 있다.


외국인은 작년 말부터 한국에 대한 투자 비중을 줄이기 시작했다.


지난 2월부터 세 달 동안 2조1천1백88억원어치를 집중적으로 팔았다.


글로벌이머징마켓(GEM) 펀드의 한국 비중은 작년 12월 21.6%에서 지난 5월 초 17.2%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최근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줄였던 투자 비중을 원상 복구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5월 말 현재 GEM의 한국 투자 비중은 18%대로 올라섰다.


외국인 투자자의 성향을 감안할 때 이들의 매수세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 앞으로 얼마나 더 살까


외국인이 연초에 팔았던 물량만큼을 다시 사들인다는 가정 아래 삼성전자 한 종목에만 7천억~8천억원의 매수 여력이 남아 있는 것으로 증권업계는 추정했다.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연초부터 지난 4월 말까지 1조7천억원어치를 팔았다.


외국인은 지난달 28일 이후 지난 13일까지 삼성전자 주식을 7천3백억원어치 사들였다.


최근의 주가 상승분을 감안해도 7천억~8천억원어치를 더 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시장 전체로는 1조5천억원 가량의 매수 여력이 있는 것으로 증권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 어떤 종목이 유망한가


외국인이 최근 사는 종목은 주로 블루칩이다.


삼성전자를 가장 많이 사들였고 국민은행 주식도 2천2백억원어치나 샀다.


LG전자 현대자동차 삼성전자(우) 등이 뒤를 이었다.


또 포스코 SK텔레콤 현대모비스 신세계 등 대형 블루칩이 주종을 이룬다.


반면 매도한 종목은 한국전력 KT LG화학 등 대형주도 있지만 대웅제약 풀무원 금강고려 등 연초에 사들였던 중ㆍ소형주가 대부분이다.


외국인 매수의 타깃이 대형 블루칩으로 옮겨 가고 있다는 뜻이다.


특히 외국인이 연초에 팔았다 최근 다시 사는 종목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주가 상승분을 따지지 않고 매매 규모로만 봤을 때 삼성증권은 1천4백여억원의 매수 여력이 발생했다.


연초부터 지난 4월 말까지 1천4백78억원어치를 팔고 지난달 28일부터 11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삼성전기는 1천3백11억원, 국민은행도 1천91억원의 추가 매수 요인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현대자동차 SK텔레콤 신세계 삼성화재 삼성SDI 현대백화점 대한항공 등도 매수 규모가 연초 매도량에 못미치고 있다.

조주현 기자 fore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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