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불황기의 경영전략 .. 朱尤進 <서울대 교수·경영학>
입력
수정
우리 경제는 요즘 극심한 경기침체를 겪고 있다.
사업 하는 사람들은 '올해의 매출이 10% 감소했다'는 경우는 기본이고,'지난 해 실적의 절반도 안된다'는 경우도 흔히 접하게 된다.
통계상으로는 경제가 1분기에 3.7% 성장했다.
하지만 이는 자동차 및 전자산업 등 몇개의 초일류상품 덕분이고,대부분 기업들은 수출 부진과 내수 실종이라는 2중고에 허덕이고 있다.
경기 불황을 극복할 지혜가 요청되는 시점이다.
불황이 기업들에 반드시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구조조정을 단행할 기회가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경기가 좋을 때는 인력을 감축하거나 일부 조직을 없애고자 할 때 거센 저항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불황기에는 기업의 생존을 위해 구조조정한다는 것이 설득력을 지닌다.
특히 장기적으로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렵거나,기업의 핵심사업과 시너지가 없는 사업부는 구조조정하거나 분사시키는 것이 불황기에 할 수 있는 전략이다.
한 예로 IMF 외환위기 때 많은 국내 그룹들이 한계사업을 정리하고 인력을 감축한 것이 2000년대 들어 사상 최대의 이익을 내게 한 직접적인 요인이 되었던 것이다.
특히 경기가 불황과 호황을 왔다갔다 하는 오늘날의 경제 현실에서는 구조조정을 통해 인건비를 줄이는 것이 리스크 관리의 중요한 축이다.
또 불황기에는 자산을 매각하여 유동성을 높여야 한다.
이 때 비업무용자산을 매각하는 것은 물론 업무용자산이라도 매각한 뒤 다시 임대하는 '재리스'방식을 택할 수 있다.
지식경제에서 경쟁력의 원천은 유형자산이 아니다.
때문에 많은 유형자산을 소유하게 되면 기업을 더 많은 리스크에 노출시키게 된다.
오히려 한정된 자원을 브랜드와 인재양성 쪽에 투입하는 것이 지식경제시대에 부합하는 전략이라고 미국의 경영학자 필립 코틀러는 주장하고 있다.
그러므로 될 수 있으면 자산 취득은 지양해야 한다.
꼭 필요한 자산은 리스나 렌트로 이용권만 확보하고,기업의 투자는 핵심역량 증진에 집중시켜야 한다.
그러나 불황기라고 항상 수세적 경영을 하라는 것은 아니다.
일본의 닛산자동차가 과거 수조원의 적자를 내는 기업에서 오늘날 수조원의 흑자를 내는 기업으로 달라진 배경에는,과감한 구조조정뿐만 아니라 신모델을 개발하는 공격적인 전략이 주효했다.
즉 기업은 불황기에 적합한 신상품을 개발하여 탈출구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IMF 체제 하에 우리 자동차 메이커들이 유지비가 저렴한 경차와 LPG차를 개발한 것이 좋은 사례다.
그러므로 불황기에는 기존 상품의 매출이 부진하다고 종업원을 몰아세우거나 판매목표량을 강제로 할당하기보다,그러한 에너지를 신상품 개발 쪽으로 돌려야 효과적이다.
그리고 경기가 좋지 않을수록 리더는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
지난 해 월드컵 4강 신화를 창조한 히딩크 감독은 평가전에서 무참하게 지고 있을 때도 '한국팀은 질수록 독해질 것'이라며 애써 긍정적인 면을 보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선수들에게도 '나는 너를 믿는다'라는 긍정적인 말을 함으로써 사기 침체를 막을 수 있었다.
매출이 부진하다고 리더가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을 보이면 종업원들은 더 불안해져 생산성 있게 일할 수 없게 된다.
그리고 그러한 분위기에서는 불황을 타개하는 창의적인 생각이 나올 수도 없다.
경기가 좋지 않으면 제일 먼저 줄이는 것이 회식이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경기가 나쁠수록 회식을 자주 갖고 직원들의 사기를 북돋워야 한다.
또 회식비는 접대비와 달라 비용이 많이 드는 것도 아니다.
지금까지 '회식을 많이 해서 망했다'는 기업이 있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
그런데 이러한 경영의 원칙들은 호경기에도 동일하게 적용돼야 한다.
기업은 가급적 몸집을 작게 함으로써 리스크를 관리하는 한편 신상품 개발에 집중해야 한다.
그리고 이것을 묶어주는 원천은 '긍정적인 리더십'이다.
다만 경기가 좋을 때는 마음가짐이 흐트러지고 흥청망청할 가능성이 있는 반면,경기가 좋지 않을 때는 경영의 정도를 걸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지혜로운 경영자는 불황기를 기업의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할 일이다.
wchu@car123.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