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7일자) 대통령의 완전포괄주의 고민

선거공약에서부터 줄곧 상속·증여세 완전포괄주의를 도입하겠다고 해 왔던 노무현 대통령이 전국 세무서장과의 간담회에서 "막상 법 조항을 만들려고 생각해 보니 난감하다"고 했다. 이는 완전포괄주의가 이상론에 치우쳐 있어 현실에 적용하기에는 법적으로나 과세기술상 무리가 많다는 지적이 진작부터 있어 왔다는 점에서 어느정도 예견돼 왔던 일이다. 물론 현재의 유형별 포괄주의는 법에 열거되지 않은 새로운 유형을 이용한 편법적인 상속·증여를 막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어 온 것은 사실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 완전포괄주의로의 전환이라 하겠으나 이를 위해서는 풀어야 할 난제가 한두가지가 아니라는데 문제가 있다. 무엇보다도 헌법이 정한 조세법률주의와 어떻게 조화시키느냐는 점이다. 우리나라 헌법에는 납세를 국민의 4대의무 중 하나로 규정하는 한편 과세권의 남용을 막기 위해 과세대상과 세율은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법률로 정하도록 명문화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과세대상과 세율을 구체적으로 법률에 명시함이 없이도 과세하겠다는 완전포괄주의는 조세법률주의에 위배될 개연성이 충분하다. 현행 상속·증여세법이 10개 유형의 증여(상속)의제규정을 두고 포괄적으로나마 법률에 근거조항을 두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과세 기술상으로도 문제가 많기는 마찬가지다. 개인별로 평생에 걸쳐 이뤄진 모든 상속·증여 등 이전소득을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물론 엄청난 행정력을 투입하면 가능할 수는 있겠으나 전 국민을 세무조사 대상으로 만드는 등 과세권 남용에 따른 부작용은 상상할 수조차 없을 정도다. 설령 이전소득이 파악된다 하더라도 과세대상이 되는 상속·증여 등 직접적인 이전소득과 이로 인해 파생된 소득을 분리하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는 점에서 조세권 남용이 우려되기는 마찬가지다. 따라서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행 유형별 포괄주의를 확대 보완하되 이를 유지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라 할 수 있다. 문제가 되고 있는 금융상품을 이용한 새로운 유형의 편법적인 상속·증여는 예측 가능한 유형을 좀더 세밀히 규정하고 조세권을 엄격히 적용해 이를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차제에 재경부가 검토하고 있다는 '법률에는 포괄과세 원칙만 규정하고 각 유형을 하위규정으로 예시하는 방안'은 조세법률주의에 명백히 어긋난다는 점을 지적해 두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