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해냈다] 박도봉 동양강철 사장 (4) 동양강철 구조조정

박도봉 케이피티 사장은 지난해 10월 세종증권,KDB LS 기업구조조정조합3호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동양강철을 인수한다. 신규출자로 부채가 크게 줄어들자 법원은 4년6개월만인 올해 1월 법정관리 종결을 선언했고 박 사장은 동양강철의 새로운 사령탑에 올랐다. 납품업체이자 국내 최대 알루미늄 압출업체인 동양강철을 인수했다는 소식이 퍼지자 주위에서는 모두 놀라는 눈치였다. 그러나 박도봉 신임 사장의 머리는 노쇠해진 동양호에 새불을 지피기 위한 구상들로 가득차 있었다. "생산설비나 생산능력에 비해 매출액이 현저하게 떨어져 있었어요.케이피티의 영업방법 등을 접목시키면 빠르게 성장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죠.강력한 구조조정을 하기로 했죠." 박 사장은 우선 회사명의의 골프장 회원권부터 매각하라고 지시했다. "기업 살리기에 연습은 없다.실전뿐이다"라는 생각으로 구조조정을 시작했다. 하지만 임직원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M&A로 들어온 점령군이라는 둥,젊은 사장이 와서 칼바람이 불거라는 둥 수많은 억측이 나돌았다. 박 사장은 직원들을 불러모았다. "인위적인 해고는 절대 없습니다.하지만 전환배치는 해야겠습니다.다른 곳에서 악용되는 것처럼 해고를 위한 전환배치는 아닙니다." 구조조정과 관련된 그의 첫번째 지론은 "인력 구조조정이야말로 제일 못할 짓이다. 또 사람을 해고하는 구조조정은 효과도 높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실제로 동양에 와서 단 한명도 해고하지 않았다. 약속대로 전환배치만 했다. 업무를 전산화,시스템화시켜 내부 관리 인력을 영업부서 등으로 옮겼다. 또 과감하게 아웃소싱했다. 핵심부서인 금형을 아웃소싱하자 3개월만에 생산성이 50%나 높아졌다. 박 사장은 노조의 협조를 구했다. 4년6개월간 법정관리로 고생한 노조도 박 사장이 인수하지 않았으면 회사가 파산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지난 3월 박 사장은 노조원과 현장 간부사원 40여명을 중국 광저우에 있는 알루미늄업체에 견학 보냈다. 관광일정까지 포함된 3박4일 일정이었다. 견학을 마치고 돌아오던 날. 직원들은 이구동성으로 한마디씩 던졌다. "사장님 큰일 났습니다. 중국에서 월급 30만원 받는 사람 10명이 하는 일을 한국에선 월급 3백만원 받는 사람 10명이 하고 있습니다." 4천만원을 들여 직원들을 중국에 보냈지만 박 사장이 얻은 효과(?)는 돈으로 계산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 과거엔 압출 후면 등 각 공정별로 자기 일이 끝나면 아무리 바쁜 공정이 있어도 도와줄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 중국 견학 후론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네일 내일 가리지 않고 팔을 걷어붙였다. 회사 근무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동양강철은 지난 5월부터 소폭의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 몇달간의 구조조정으로 동양강철은 이제 내가 아니라 누가 사장을 맡더라도 이익을 내면서 힘차게 돌아갈 수 있는 회사가 된 것 같습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