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위 매각승인 앞서 '실력행사' ‥ 조흥銀 사실상 파업…왜 앞당겼나

조흥은행 매각을 가운데 두고 마주 달려온 정부와 조흥은행 노조가 마침내 정면충돌 직전에 도달했다. 현재로서는 양쪽 모두 브레이크를 잡을 기미가 없어 충돌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조흥은행 노조는 17일 밤 전산센터 전직원을 철수시켜 모처에 대기토록 했다. 18일부터는 언제라도 파업에 돌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또 서울 경기지역 조합원 4천여명을 본점에 집결시켜 파업결의 대회도 가졌다. 조흥은행 노조가 당초 25일로 예정됐던 파업일정을 이처럼 앞당겨 급박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은 정부의 조흥은행 매각과 관련한 최종 결정이 임박했기 때문이다. 신한지주와의 매각 협상을 사실상 타결한 정부는 빠르면 이번 주말 공적자금관리위원회를 열어 매각안을 승인 받을 예정이다. 이를 위해 예금보험공사는 17일 오전 일부 공자위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오는 20일 공자위 참석 가능여부'를 타진했다. 이에 대해 조흥 노조 관계자는 "정부가 만약 20일 공자위를 연다면 이틀전인 18일부터 파업에 돌입할 것"이라며 "노조의 파업계획이 단순한 엄포가 아니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 전산센터 직원들을 철수시켰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일단 파업에 돌입하면 전산가동을 완전히 중지시킬 만반의 준비가 돼 있다"며 "은행권의 전산마비를 초래하는 불상사가 있겠지만 정부의 부당한 매각 저지를 위해선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앞서 조흥은행 노조는 정부의 매각 강행에 대한 항의표시로 지난 16일 직원 7천2백24명이 집단사표를 낸데 이어 이날 남자 직원 4천5백여명이 삭발하고 허흥진 노조위원장이 단식농성에 들어가는 등 투쟁수위를 계속 높여 왔다. 한편 조흥은행 매각을 놓고 노ㆍ정간 충돌이 벌어진 가운데 금융산업노조도 올해 은행권 임단협 결렬을 선언하고 총파업 수순에 들어갔다. 금융노조는 지난 12일 은행연합회측과의 은행권 임단협 1차 실무교섭에서 "의견접근 불일치"를 이유로 일방적인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금융노조는 이어 13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신청을 내 사실상 파업 수순에 돌입했다. 금융노조를 포함한 한국노총은 오는 30일 총파업을 단행한다는 계획이다. 금융노조는 표면상 비정규직 임금인상 등 핵심 쟁점에 대한 노사간 의견 차이가 크다는 이유로 협상결렬을 선언했지만 실제는 조흥은행 매각 반대 투쟁과 연계됐다는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원래 올해 임단협은 조흥 매각 반대투쟁과 연계한다는 방침이었다"며 "정부가 약속을 어기고 매각을 강행한 만큼 임단협 교섭에도 더이상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은행연합회와 금융노조가 각각 노사 대표권을 위임받아 벌인 첫 산별교섭인 올해 은행권 임단협은 난항이 불가피하게 됐다. 이번 산별 교섭은 20개 은행 뿐아니라 금융결제원 자산관리공사 등 유관기관 11곳을 포함해 모두 31개 금융기관이 대상이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