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칩 '싹쓸이' ‥ 2003 랠리삼국지 외국인이 '평정' 하나?
입력
수정
외국인이 나홀로 장세를 즐기면서 삼성전자 등 한국의 블루칩을 싹쓸이할 태세다.
19일에도 이들은 삼성전자 SK텔레콤 등을 대량으로 거둬갔다.
"외국인 매수세는 미국 증시의 후광을 입은 것"(미래에셋자산운용 구재상 대표)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매수세가 단기간에 끝날 것으로 보지 않고 있다.
문제는 매수종목이 블루칩으로 한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
글로벌펀드에서 주로 주식을 사고 있다는 점에서다.
이날 시장에서 지수는 크게 올랐지만 시장 전체적으로는 하락종목 수가 더 많았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 외국인 ]
외국인투자자는 16일째 쉬지 않고 주식을 샀다.
총 2조5천9백억원어치다.
도대체 왜 사는지, 얼마나 더 살 것인지 의견이 분분하다.
이들이 한국주식을 사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미국시장의 강세분위기가 태평양 건너 한국증시로 연장되고 있다는 것이 첫번째다.
북한 핵문제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완화되고 있다는 게 두번째 이유다.
외국인들은 올들어 한국 주식을 팔아치웠다는 점에서 매수여력도 큰 편이다.
돈이 들어오고,악재는 해소되는 국면이니 안 살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대우증권 리서치센터 전병서 본부장은 "달러약세가 나타나면서 외국인의 매수욕구가 더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원화가치가 추세적으로 상승한다면 주가가 오르지 않더라도 환차익을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래서 외국인 매수세가 당분간 꺾이지 않을 것으로 그는 보고 있다.
그러나 주의 깊게 살펴야 할 점도 있다.
매수종목이 대형 블루칩에 국한되고 있다는 점이다.
전 본부장은 "아시아펀드에 자금이 들어오는게 아니라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글로벌펀드에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며 "이 펀드의 기준을 맞추는 투자대상은 삼성전자 등 대형 블루칩 대여섯개 정도"라고 강조했다.
다시 말해 주식을 사긴 사지만 극히 한정된 종목에 자금이 몰리고 있다는 뜻이다.
물론 헤지펀드 등이 주변주를 사기도 하지만, 추세적인 매수세로 보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또 연초에 상당부분 축소했던 한국비중이 채워진다면 매수강도는 약해질게 분명하다.
[ 개인 ]
개인투자자들은 현 증시를 불안한 눈길로 바라보고 있다.
외국인들이 공격적인 매수전략을 펴면서 주가는 뛰고 있지만 선뜻 매수에 동참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연초 외국인이 주식을 팔 때 중소형주를 사서 짭짤한 이익을 얻은 개인들은 이번 상승장에서는 매수 시점을 놓친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조정을 기다렸지만, 조정다운 조정이 나타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증권사 객장에는 문의가 늘고 있다.
하지만 큰손들은 관망하고 있다.
지수가 700에 육박한 이날도 중소형주의 주가는 떨어진 종목이 더 많았다.
외국인의 나홀로 장세에 대해 불안한 시각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국내경기의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도 가시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구재상 대표는 "개인이 지금 주식을 사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한다.
약간의 조정이 있을 수도 있지만 유동성장세의 큰 흐름은 이미 형성됐다는게 구 대표의 진단이다.
[ 기관 ]
투신사를 비롯한 국내 기관투자가들은 지난 13일 이후 하루평균 1천억원 이상 지속적으로 주식을 내다팔고 있다.
투신사 펀드매니저들은 "6월 말 결산을 앞둔 금융회사 연기금 일반법인 등이 주가상승에 따른 이익실현과 리스크 관리를 위해 주식편입 비중을 낮춰달라거나 환매를 요구하고 있다"며 주식처분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따라 주식편입비율이 낮은 채권혼합형펀드 잔고는 이달 들어 1조원 가량 줄어들었다.
반기 결산이 끝나는 이달 말까지 기관의 매물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반면 신규자금 유입은 여전히 주춤한 상태다.
기관 매도세에 대해 전문가들은 "과거의 우(愚)를 되풀이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고 있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말과 2001년 9ㆍ11테러 이후 주가상승기에도 지금과 비슷한 양상이 나타났다.
당시 외국인 매수세에 힘입어 주가가 오르는 초기 단계에서 국내 기관들은 우량주를 대거 처분했다가 재차 매수에 들어가 적지 않은 손실을 봤다.
김영일 국민투신 주식운용본부장은 "국내 기관이 우량주를 헐값에 외국인에 넘겨준 뒤 나중에 비싼 가격에 다시 사들이는 악순환이 되풀이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조주현 기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