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 150억 세탁과정 드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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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송금 의혹사건을 수사 중인 송두환 특별검사팀은 19일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 장관에게 건네진 현대그룹 비자금 1백50억원의 돈세탁 과정 및 자금 흐름을 상당부분 밝혀냈다.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의 부탁을 받고 이 돈(1백50억원의 양도성 예금증서:CD)을 세탁한 것으로 알려진 김영완씨(미국 체류)가 사채시장에서 현금화한 10억원 가운데 일부가 수표로 코리아텐더 유신종 사장(41)에게 전달된 단서를 포착, 이날 밤 늦게 유 사장을 소환해 수표 출처 및 배서 경위 등을 조사했다.
특검팀은 유 사장이 재작년 7월 K금고에 대한 고소사건 무마 대가로 민주당 김방림 의원에게 2억원을 제공한 혐의(뇌물공여 등)로 검찰 조사를 받은 사실에 주목, 유 사장을 상대로 이 돈의 사용처를 캐고 있다.
특검팀은 또 비자금 1백억원이 김영완씨의 부하직원 임모씨(미국 체류)를 통해 명동사채업자 장모씨에게 전달된 뒤 각각 50억원으로 쪼개져 돈세탁된 사실을 확인, 이날 밤 장씨를 불러 자금 출처 및 행방을 조사했다.
1백억원은 2000년 5월과 7월 K증권에 개설된 장씨의 부인 황모씨와 조모씨 계좌 6~7개로 입금된 직후 D화재에서 현금으로 할인된 뒤 이들의 은행 계좌로 다시 입금되는 돈세탁 과정을 거친 것으로 파악됐다고 특검팀은 설명했다.
특검팀은 임씨가 S은행 등 시중은행 2곳을 통해 나머지 40억원중 일부를 수표로 바꿔 돈세탁한 사실도 확인했다.
특검팀은 구속된 박 전 장관을 비롯한 관련자의 은행 계좌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계좌추적 작업을 벌이고 있다.
특검팀에 따르면 비자금 1백50억원은 당초 2000년 4월7일 당시 현대건설 관리본부장이었던 김재수씨가 정몽헌 회장의 지시에 따라 현대건설 직원 임모씨를 통해 모 금융기관 종로지점에서 양도성 예금증서로 바꿔 이익치 전 회장에게 전달됐고 이 전 회장이 박 전 장관에게 전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