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 국제심포지엄] "한국 재벌 오너십이 IMF 극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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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바라보는 한·일 기업경영의 차이(핫토리 다미오 도쿄대학 대학원 인문사회계연구과 교수)
1997년 경제위기를 전후해 한국 기업 경영의 변모는 괄목할 만 하다.
10년 이상의 장기 정체에 빠져 있는 일본으로선 한국경영의 변모와 눈부신 경제회복은 매우 흥미로운 분석 대상이다.
'변화하는 한국'과 '변화하기 어려운 일본'에 대해 경영 사회학적인 관점에서 비교분석하면 주요 논점은 빠른 환경적 변화와 높은 불확실성의 시대인 현재,비교적 안정된 수용 과정 중에 한국의 약점으로 간주되던 높은 유동성과 세대간 경영 분할 등이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으며,바로 여기에 한·일의 사회구조적 차이가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찍이 모리카와 히데마사 교수는 일본기업의 경영 형태를 역사·통계적으로 분석해 기업이 '창업자 기업→가족 기업→경영자 기업'으로 변화하는 경향을 규명했다.
모리카와의 논의를 의식하면서,일본의 상황도 염두에 두면서 한국 경영에 대해 삼성 및 현대 등과 같은 한국을 대표하는'재벌(Chaebol)'을 대상으로 검토해볼 수 있다.
현대 및 삼성 등과 같은 기업 그룹은 모두 전전기(前戰期),즉 일본의 통치 시대에서 그 뿌리를 찾을 수 있다.
정주영은 한반도 북부,현재 북한이라고 불리는 지역 빈농의 장남으로 태어나 1940년대 초 서울에서 정미업과 자동차수리 공장을 소유하기에 이르렀다.
한편 이병철은 한반도 남부 유복한 지주 집에서 태어나 일본으로 유학해 1930년대 말 양조업을 소유하기에 이르렀다.
고도 성장기의 한국 경제계를 대표해 온 두 명의 거성은 실로 대조적인 성장 배경에서 등장했다.
한국 기업은 지극히 오너의 '사적 존재'로 의식돼 있는 것처럼 보인다.
확실히 기업 그룹이나 기업의 가족에 의한 계승과 분할,톱 경영진의 계승,'오너'라고 불리는 톱 경영진에 집중된 의사결정권 등 한국에서 기업이 '사적 존재'라고 이해되는 이유는 매우 많다.
이는 한국 경제 발전의 역사가 아직 짧고,그것을 담당한 기업도 현대 및 삼성의 경우 겨우 제2세대,매우 역사가 길다고 여겨지는 LG나 두산,경방 등조차도 제3세대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현대를 제외한 삼성,LG 등의 대재벌은 일찍이 경험하지 못했던 위기인 1997년을 비교적 무난히 넘겼다.
거기에는 정부의 금융자유화 정책,원화값 하락에 의한 외자 도입,정리해고제 도입에 의한 고용조정 등의 요행에 도움받은 점은 있다.
하지만 삼성이나 LG,또는 SK 등은 위기를 전후해 총자산을 유지하거나 혹은 오히려 확대했다.
증자에 의해 재무 구조를 개선,기업 매각이나 외자 도입에 의한 현금흐름 개선을 이용해 신규 사업을 전개했던 것이다.
이러한 민첩한 대응책이 가능했던 것은 정부의 엄한 대응책도 있었지만,오너 가족이 그룹 존속에 강한 위기감을 느껴 어떠한 종류의 호기에도 재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오너에 권한이 집중됐었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위기를 통과한 한국 기업의 경영을 바라보면서,한국 경영은 의외라고 말할 만큼 적응력을 발휘했음을 알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그 적응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요소의 한 부분이 비판의 대상이 됐던 '전통적인' 성격이었다는 점인 것이다.
오너의 지배력이 구조 개혁이나 기업재정 기반의 급속한 개선을 가능하게 한 하나의 요소였다.
이런 의미에서는 전통적인 것과 근대적인 것과의 공존이 한국 경영의 적응성을 만들어 냈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