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기업이 사회에 기여하면..金東勳 <연세대 교수·경영학>

23일부터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되었다. 예년에 비해 유난히 빨리 온 이번 장마는 7월 하순까지 계속될 것으로 기상청은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여름 우리 국민 모두를 슬프게 했던 태풍 루사의 상처가 채 가시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상투적인 말처럼 되어 버렸지만 올해는 정말 우리 모두가 책임 있는 대비책을 마련하여 피해를 방지했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마음이다. 매년 장마철이 되면 홍수로 인한 피해 못지않게 우리를 씁쓸하게 하는 것이 있다. 이는 비를 틈타 폐수와 오염물질을 슬쩍 방출하는 부도덕한 기업이 여지없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러한 뉴스를 접할 때마다 과연 이러한 기업은 폐수처리 비용을 아껴서 얼마나 성공을 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기기도 한다. 한편 만약 이런 기업이 망한다면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그렇게 '비용 절감'을 했는데도 망했으니 폐수 처리를 제대로 했더라면 어떻게 할 뻔했을까 하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아니면 그렇게 부도덕한 행위를 하는 회사였기 때문에 망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기업의 '이익 추구 목표'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갈등 관계에 있는 것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폐수 처리를 규정대로 하면 환경 보호에는 도움이 되지만,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기업의 이익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즉,기업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사회의 이익을 최대한 희생해야 하며,사회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이익을 희생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이분법적인 시각은 기업의 이익을 너무 단기적이고 획일적으로 보는 것으로부터 기인한다. 만약 기업이 그들의 경쟁력과 이익을 장기적으로 본다면 기업의 이익과 사회의 이익은 서로 상충하는 것이 아니라 일치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즉,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준수하는 것이 기업의 이익을 장기적으로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이 된다는 것이다. 기업의 사회적 기여가 장기적인 이익으로 이어지는 경로는 다양하다. 가장 손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사회 기여에 대한 홍보 효과나 이미지 개선 효과일 것이다. 실제로,미국의 어떤 기업은 사회에 기여한 금액보다 기여했다는 사실을 홍보하는 데 더 많은 돈을 썼다는 얘기도 있다. 하지만 단순한 홍보 효과로부터의 이익 증대는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 한편,하버드 대학의 마이클 포터 교수는 사회 기여를 통해 기업의 장기적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강화시켜 나갈 수 있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미국의 컴퓨터 네트워크 장비회사인 시스코(Cisco)사는 네트워크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사업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시스코는 이를 통해 많은 젊은이들에게 보다 많은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실업률을 감소시키는 중요한 사회적 공헌을 하고 있다. 동시에 이들이 필요로 하는 인력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게 되었고,이는 중요한 경쟁우위 요인이 되었다. 이러한 경우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종이를 만드는 회사는 나무라는 자원을 이용하여 제품을 생산한다. 그러나 나무 자원은 무한하지 않기 때문에 언제인가는 원료 부족으로 인한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따라서 현재 이익의 일부를 나무 심기 사업에 투자한다면 환경보존이라는 사회적 이익을 달성할 뿐만 아니라,원료를 지속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됨으로써 기업의 장기적인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사회의 이익을 존중하고 인간을 중시하는 회사의 경쟁력은 사업환경의 개선이라는 외적 요인뿐만 아니라 직원들의 긍지와 애사심의 증대라는 내부적 요인으로부터 강화되기도 한다. 장마를 틈타 폐수를 몰래 흘려보내는 기업의 직원들이 열정을 가지고 회사를 위해 헌신할리 없는 것이다. 물론 순수한 희생정신에 의해 사회에 기여하는 기업도 많이 있고,우리는 이들을 높이 평가해 주어야 한다. 그러나 기업의 사회책임을 단순한 희생정신에 의존하기는 어렵다. 사회의 이익을 위한 기여가 결국은 기업의 장기적인 성공으로 이어진다는 인식을 기업 스스로가 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기업의 사회책임이 보편화될 것이다. dhkim@yonse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