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 月內처리 사실상 무산..여야 위원장자리 다툼

4조2천억원 규모에 달하는 추가경정예산안의 6월 국회 처리가 사실상 물건너갔다. 여야가 예결위원장 선출을 놓고 각기 자기 당에서 맡아야 한다며 날카롭게 대립,회기가 1주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추경안을 심의해야 할 예결위 조차 구성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야는 추경안 처리 무산을 전제로 '방탄국회'성격이 강한 7월 국회 소집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여야가 입으로는 '민생국회'를 외치면서도 당리당략을 좇느라 당면 현안은 외면하는 '구태'를 되풀이하고 있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추경안 처리가 지연되면 설사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당초 기대했던 경기부양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다른 민생법안도 정쟁에 밀려 낮잠을 자기는 마찬가지다. ◆여야 '밥그릇싸움'에 표류하는 추경=민주당은 이윤수 의원,한나라당은 박종근 의원을 각각 국회 예결위원장으로 내정하고 각기 자당 후보 선출을 주장하면서 7월 국회 소집을 예고하고 있다. 정부의 조속한 통과 요청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분위기다. 나오연 국회 재정경제위 위원장은 23일 전체회의에서 "예결위 사정으로 이번 회기에서 추경안 심의는 힘들어졌으며 다음 소집되는 회기에 다시 논의하겠다"고 말해 이번 회기에서 추경안처리가 무산됐음을 공식화했다. 한나라당 이규택 총무는 24일 "오는 30일 본회의에서 자유투표를 통해 예결위원장을 선출한 후 7월 국회에서 추경안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민주당은 지난해 양당 총무의 합의에 따라 예결위원장을 민주당이 맡기로 했는데 이제와서 한나라당이 억지를 부리고 있다며 책임을 야당으로 떠넘기기에 급급하고 있다. 추경안 처리가 늦어지면서 초조해진 곳은 재경부를 비롯한 정부측이다. 급기야 고건 총리는 23일 국회를 방문,박관용 의장을 만나 협조를 요청한데 이어 24일에도 민주당 정세균 정책위의장을 만나 추경안 조속처리를 주문했다. 정부 관계자는 "경기연착륙을 목표로 하는 추경의 특성상 가능한 빨리 예산을 집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본질을 벗어난 위원장 문제로 집행이 늦춰지고 있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낮잠자는 법안=이날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법안과 결의안,동의안은 16개 상임위에 모두 7백80건에 달한다. 정무 재경 산자 건교위 등 경제상임위에 쌓여있는 안건만도 1백94건이나 된다. 이런 마당에 여야가 자기당 소속 의원 2명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담합 부결'시킬 움직임까지 감지되자 일각에서는 '국회무용론'마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이재창·박해영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