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남성 장수시대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남자 72.1세, 여자 79.5세다. 세계 최장수국이라는 일본은 우리보다 5살 많아 남자 77.7세,여자 84.6세다. 양쪽 모두 여자가 남자보다 7년 가량 오래 사는 셈이다. 남자가 일찍 죽는 이유는 확실하지 않다. 남자들이 수명을 단축시킬 수 있는 사고나 알코올 등에 더 많이 노출되는 탓이라는 주장이 많지만,남성호르몬(테스토스테론)이 면역력을 저하시키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고,다른 수컷과 마찬가지로 각종 감염에 약해서 그렇다는 분석도 나왔다. 어쨌거나 이같은 통념이 깨질지도 모른다는 소식이다. 영국 사망률조사국(CMIB)의 연구 결과 남성의 기대수명은 꾸준히 증가하는 데 비해 여성은 그렇지 못해 이대로 가면 남자의 수명이 더 길어질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이유는 여성 해방의 부산물이라고 할 수 있는 음주,흡연,직장내 스트레스 등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여성의 대외활동 증가와 기대수명 증가율 둔화는 충분히 개연성이 있어 보인다. 수명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엔 유전인자와 식습관 자연환경 의료상태 등 여러가지가 있지만 직업에 따른 스트레스와 생활습관 흡연 노동강도 등 환경적 요소 또한 크게 작용한다는 게 통설이기 때문이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한 미국에선 남녀의 평균수명 차이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남 74.1세,여 79.5세)는 보고도 있다. 남녀에 상관없이 경쟁사회에서 부대끼다 보면 기대수명이 줄어들 수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회사일과 가사 육아를 병행하느라 육체적 정신적으로 쉴 틈 없는 한국의 여성들도 예외이기 어려울 것이다. 우리 사회에선 그러나 나이들어 여자가 먼저 사망하면 문제가 적지 않다고 한다. 남자는 혼자 살기 힘들고 따라서 홀로 되면 누가 보살필 것인가를 놓고 가족간에 분란이 생기는 등 현실적 어려움이 많다는 것이다. 과도한 일과 스트레스에 시달리면서 건강을 지키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여성의 건강은 곧 가정 및 사회의 건강과 직결된다. 남성 장수시대가 올지 모른다는 데 솔깃해 할 게 아니라 한국여성들의 기대수명이 멈추거나 줄지 않도록 지금부터라도 다함께 힘써야 한다 싶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