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들 "시장전망 헷갈리네" .. 날개단 외국인 매수

10년 넘게 주식투자를 해온 A씨.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이다. 시장을 보는 안목이 전문가를 뺨친다는 평도 주변에서 듣는다. 그런 그는 요즘 "정말 감이 안잡힌다"고 고개를 젓는다. 도대체 주식을 사야할 지 말아야할 지 모르겠다는 것. A씨의 고민은 실물과 주식시장이 따로 노는 데 있다. 경기가 회복된다는 지표는 아직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파업이다 뭐다해서 불안하기만하다. SK,현대그룹 분식회계가 드러나는등 이벤트성 악재가 줄을 잇는다. 시장환경이나 펀더멘털로 보면 살 때가 아니다. 그러나 문제는 주가가 계속 오르고 있다는데 있다. 외국인은 한국의 우량주를 쓸어담듯이 사들이고 있다. 덕분에 조정다운 조정도 없이 주가는 상승세를 거듭하고 있다. 마침 세계 각국이 금리 내리기 경쟁에 나서 시장 유동성은 더 풍부해질 가능성이 높다. 돈의 힘은 종합주가지수를 쉼없이 밀어올리고 있다. 그러나 개인이나 기관의 참여없는 강세장은 언제든 무너질 수 있는 사상누각이 되기 십상이다. A씨의 고민은 그래서 깊어만 간다. ◆확산되는 낙관론 "주식을 사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미래에셋 자산운용 구재상 대표는 말한다. 최근 주식을 사는 외국인은 대형펀드들이 주축을 이룬다. 이들은 장기로 보유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 연초 사스나 북핵 문제가 불거졌을 때 한국비중을 낮췄던 외국인은 이들 외부악재의 영향력이 떨어지면서 한국 주식을 다시 사고 있다. 따라서 대형 돌발악재가 생기지 않는 한 외국인의 급격한 매도는 없을 것이란게 증권업계의 시각이다. 결국 주가는 강한 하방경직성을 가질 수 밖에 없고,개인투자자로서는 주식을 사는데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또 하반기 경기전망이 불투명하다고 해도 주가는 최소한 현상유지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식을 사면 손해는 보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 특히 미국 등 선진국들이 금리를 내리고 있고 달러화가 약세기조를 보이고 있어 외국인의 주식매수 여력은 커지고 있다. 만일 국내경기가 회복기미를 보인다면 주가는 큰 폭으로 상승할 공산이 높다. ◆만만찮은 신중론 돈의 힘을 빌린 제한된 세력(외국인)에 의해 주가가 오르고 있다는 점이 신중론자의 의견을 뒷받침한다. 사실 한국시장의 대내외 환경은 변화가 없다. 미국-이라크전쟁,북핵,사스로 이어지던 악재는 내부문제인 SK사태와 파업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올 하반기 경기전망 역시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 미국시장의 유동성 장세가 국내 증시에 영향을 미친다고 해서 주식을 공격적으로 매수하기는 부담스럽다는 주장이다. 특히 기관과 개인투자자들이 외국인과 완전히 다른 시각을 갖고 있다는 게 문제다. 외국인이 주식을 어느정도 사면 기관이나 개인이 추격매수에 나서는 것이 지금까지의 정형화된 패턴이었다. 그러나 최근엔 외국인 대(對) 국내투자자의 대결양상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이는 외국인의 나홀로매수가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파업 등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내비치는 외국인이 늘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개인이나 기관이 주식을 사지 않는 상황에서 외국인마저 매물을 내놓는다면 주가는 급락할 수 밖에 없다는 뜻이다. 골드만삭스 임태섭 전무는 "현재 시장을 보는 핵심포인트는 경기"라며 "실물지표의 개선이 확실하게 나타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외국인의 매수세가 어느 정도 이어질 지가 최대관심사"라고 말했다. 조주현 기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