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 상인들의 삶과 지혜 .. '청계천을 떠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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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이 복원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청계천 주변에 자리를 잡고 살아온 '청계천 사람'들은 삶의 터전을 잃을 위기에 놓였다.
청계천에서 20여년간 장사를 하다 지난달 이 곳을 떠난 한 상인이 청계천 사람들의 삶을 담은 책 '청계천을 떠나며'(이응선 지음,황금가지,9천원)를 펴냈다.
그는 청계천 사람들과 그들의 생각,국내 생산재 유통의 메카인 청계천의 경제와 이 곳을 떠나는 소회 등을 풀어내고 있다.
대학졸업 후 청계천에 첫발을 디딘 이래 화학약품 납품에서 공장 자동화기기 오퍼상까지 다양한 장사를 해온 저자는 청계천 사람들의 특징을 이렇게 추린다.
출신 지역을 차별하지 않는 졸병 출신,허세를 부리지 않는 현실주의자,겉치장보다 실속을 중시하는 사람들….
한 달 매출이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에 이르는 청계천 가게들의 납품 방식과 거래 수완 등 다양한 장사방법도 소개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것은 "싸게 사야 비싸게 판다"며 "깎는 법부터 배우라"는 얘기다.
목적을 위해 약게 굴 줄 아는 청계천 사람들의 지혜도 배우라고 저자는 충고한다.
사소한 일에 자존심을 걸고 덤벼들기보다는 개같이 벌어서 정승같이 쓰고 싶은 사람이 청계천 사람이며 그렇게 해서 '진짜 넘버 원'이 돼야 아량을 베풀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