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지금 의왕역엔 허탈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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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지도 못하고 일한 지가 벌써 5일쨉니다."
30일 오전 10시 경기 의왕시 경인내륙컨테이너기지(ICD) 내 철도 의왕역.작업상황을 설명하는 철도청 직원의 안색이 피곤에 절어있었다.
수도권 수출입 컨테이너의 집산지인 이곳은 부산항과 함께 철도 물류의 심장으로 여겨지는 지역이다.
경인기지에서 하루에 처리하는 컨테이너 5천5백TEU(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의 24%선인 1천3백TEU를 철도가 맡고 있다.
수출입 물류에서 이처럼 중요한 의왕역이지만 전체 45명의 직원 중 16명이 파업 참여로 작업을 거부했고 남은 직원 29명이 이들이 비운 자리까지 메우느라 힘겹게 작업하고 있었다.
"부족한 일손에 24시간을 사방으로 뛰어다니다 보니 머리가 멍한 상태"라고 한 직원이 호소했다.
이들 대부분이 지난 26일 야근 후 다음날 쉬지도 못한 채 30일까지 비상근무를 하고 있는 상태로 안전사고 발생이 우려되고 있다.
철도노조 파업 이후 의왕역의 수송물량은 평소의 30%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당장 급한 수출입 컨테이너 수송에 기관사를 집중 배치하는 바람에 하루 1만여t에 달하던 시멘트 수송은 아예 중단됐다.
이에 따라 국내 경기를 그나마 지탱하고 있는 건설 분야에도 파업의 불똥이 튈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번 화물연대 운송 거부 때 홍역을 치른 경인ICD 관리부서 조모씨는 "파업이 장기화되면 수출입 화물이 육상 운송으로 몰리고 이에 따라 육상 운송요금이 대폭 인상돼 수출업체 물류비 상승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행히 30일부터 컨테이너 운송이 조금씩 늘고 있어 최악의 물류대란은 피할 것이라는 기대섞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기관사들의 업무 복귀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 당분간은 예측불허의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는 상태다.
"할 말은 많지만 비조합원으로서 말을 아끼겠다"는 의왕역 한 직원의 노기띤 말은 요즘 한국 사회의 한 단면을 드러내고 있었다.
김희영 사회부 기자 song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