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PB들의 '부동산이야기'] 아내의 의견을 따르라

건설·전자업종 등을 보유한 D그룹 A사장은 부인의 의견을 무시했다가 벌 수도 있었던 1백억여원을 날려버린 경험이 있다. 최근 한 시중은행의 프라이빗뱅커(PB)가 전해준 얘기다. A사장은 수년 전 경기도 성남시 모란시장에 보유하고 있던 5층 규모의 상가건물(당시 시가 20억원짜리)을 현금화할 일이 생겼다. 이 건물의 매각시기에 맞춰 건너편에 25억원짜리 새 건물이 매물로 나왔는데 부인이 탐을 냈다. A사장의 부인은 "모란시장 일대에서 보기드문 새 빌딩인데다 상권이 활성화돼 있는 만큼 시장성이 높다"는 나름대로의 분석도 곁들였다. 하지만 A사장은 "25억원이 뉘집 애 이름인 줄 아느냐"며 일언지하에 부인의 제안을 거절했다. A사장의 부인이 매입을 권유했던 그 빌딩은 현재 당시 매매가의 3배에 가까운 70억원대로 값이 뛰었다. A사장의 '실패담'은 이후에도 계속된다. 강남 신사동 일대 요지(要地)에 나온 평당 2천5백만원짜리 여관을 구입하자는 부인의 권유를 '체면'때문에 무시한 적도 있었다. 이 여관은 현재 평당 5천만원선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건물 연면적이 2백평 규모이니 50억원 이상의 매매차익을 공중에 날려버린 셈이다. 전세계 10위권 규모의 한국경제를 쥐고 흔들었던 경제관료 출신 B씨의 경우도 이와 비슷하다. B씨는 수년 전 압구정동 현대아파트에 거주하다가 서초동 소재 대형 빌라로 이사했다. 그런데 현재 거주 중인 빌라는 매매값이 매입 때와 거의 비슷한 반면 현대아파트는 수억원이 올랐다. 여자가 남자보다 부동산 투자를 잘한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이 아니며 예외도 많다. 하지만 동물적인 투자감각을 가졌다는 PB고객 가운데도 재산행사의 권한을 갖지 못한 부인의 권고를 무시했다가 돈을 허공에 날려버린 경우가 허다하다. 몸에 밴 가부장적 권위 때문에 비싼 '수업료'를 낸 경험이 있는 개미투자자들도 그에 못지 않을 듯 싶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