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방어선 1180원도 '위태' ‥ 넘쳐나는 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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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ㆍ달러 환율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
외환당국이 '환율조작국'이란 비난을 감수하면서 환율하락을 저지하고 있지만 심리적 지지선인 1천1백80원선마저 위태롭다.
시장개입(달러 매입) 후유증으로 올들어 한국은행의 외환보유액은 1백억달러 이상 급증했다.
그럼에도 외국인 주식순매수 등에 따른 달러매물을 이겨내기엔 역부족이어서 외환당국의 '방어선'은 점차 아래로 밀리는 모습이다.
특히 최근 중국 위안화에 대한 미국 유럽의 평가절상 압력이 거세지면서 원화가치의 동반 강세(환율 하락) 가능성도 높게 점쳐지고 있다.
경기침체 속에 수출로 버텨온 국내 기업들로선 엎친데 덮친 격이다.
외환전문가들은 "미국의 경기회복 여부가 향후 원화환율의 향방을 결정짓는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 무너진 심리적 지지선
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개장 초부터 1천1백70원대로 밀렸다.
5개월 만이다.
장 막판 외환당국이 시장에 개입해 1천1백80원대로 되돌려 놓기는 했지만 추가 하락은 시간문제라는 분석이다.
북핵문제와 SK글로벌 사태 등으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한 지난 4월4일(1천2백58원)에 비해선 80원 가까이 급락한 것이다.
외환당국은 환율 하락을 저지하기 위해 수시로 시장개입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19일엔 10억달러 이상 사들이면서 장 막판 환율을 14원이나 밀어올리기도 했다.
그럼에도 지난달 중순 1천2백원선, 하순 1천1백90원선이 무너졌고 이달 들어선 1천1백80원선마저 위태롭다.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오히려 외환당국이 가진 '카드'와 그 한계를 시험하는 모습이다.
◆ 오를 요인이 거의 없다
외환당국의 시장개입 가능성을 빼고 나면 원ㆍ달러 환율을 끌어올릴 만한 요인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게 외환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지난 5월 이후 미국 정부가 꾸준히 달러 약세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국내 은행들은 장ㆍ단기 외화차입을 늘리고 있고 경상수지마저 흑자로 돌아섰다.
특히 최근엔 외국인들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순매수세를 지속, 국내 외환시장에 엄청난 양의 달러를 풀어 놓았다.
실제로 이달 들어서만 외국인들은 7천억원 이상의 순매수를 기록했고 지난 달 초부터 따지면 외국인 순매수금액이 3조원을 넘어선다.
◆ 한계에 이른 시장개입
한국 일본 등 동아시아 주요국들이 올들어 적극적인 환율 방어에 나서고 있지만 '달러화 약세'라는 추세를 거스르기엔 힘이 모자라는 모습이다.
올들어 국내 외환보유액은 1백2억달러 늘었다.
여기엔 보유 외화자산의 운용수익이 절반가량 포함돼 있지만 경상수지가 적자(1∼5월 -9억달러)인데도 보유액이 증가한 것은 전적으로 시장개입 탓이란 분석이다.
일본도 상반기중 엔화환율 방어에 나서며 보유액이 7백59억달러나 늘었다.
게다가 중국 위안화에 대한 평가절상 요구와 함께 한국 일본 등의 환율방어에 대한 국제 비난여론도 들끓고 있다.
미 제조업체들은 아시아국가들을 '환율조작국'이라고 비난하고 있으며 지난 주말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아시아ㆍ유럽정상회의(ASEM) 재무장관회의에서도 아시아 통화 약세유지 정책이 도마위에 올랐다.
◆ 미국 경기회복 여부가 관건
단기적으로는 외국인들의 주식 순매수세가 변수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미국의 경기회복 여부가 환율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외환당국의 환율 방어의지가 어느 정도인지도 향후 환율방향을 결정할 주요 변수로 지적됐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앞으로 미국 경기 회복세가 가시화할 경우 아시아지역 환율에 대한 평가절상 압력도 줄어들 것이고 이로 인해 원화환율도 상승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