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노조 '제몫챙기기'] 높은 임금인상…中企와 격차 심화

경기 불황이나 하청업체 근로자의 사정은 고려하지 않고 '자기 몫 챙기기'에만 열심인 대기업 노조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국내 경제가 최근 들어 디플레이션 조짐마저 나타나고 있는 데도 대기업 노조들은 대부분 15~16%선의 고율 임금 인상을 요구, 보통 7~9% 인상을 관철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기업 근로자의 임금은 이미 선진국 수준에 육박, 한국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실정이다. 중소기업 근로자들과의 소득격차도 갈수록 벌어져 잠재적인 '노ㆍ노 갈등'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7일 노동계에 따르면 최근 임금협상이 타결된 현대중공업 노조의 경우 기본급 대비 7.8% 인상(9만7천원)과 함께 성과급 2백% 지급,생산성 향상 격려금 1백%,산업평화 유지 격려금 1백만원 등을 회사측으로부터 받아냈다. 현대중공업 근로자는 이번 임금협상 타결로 15년차 근속의 경우 이번 달만 평균 5백만∼6백여만원을 받아갈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자동차는 극심한 내수 부진으로 자동차 재고가 6만대를 넘어선 상황인 데도 노조가 11.0%(12만4천9백89원)의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5일 전면 파업에 들어간 LG화학 노조는 기본급 대비 15.84% 인상을 요구하며 회사측을 압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격차는 97년 16%선에서 2001년 30.6%로 커지는 등 갈수록 확대되는 추세다. 14∼15년 정도 근무한 생산직 근로자를 기준으로 할 경우 대기업 근로자는 중소기업에 비해 1∼1.5배, 하청업체 비정규직과 견줘서는 2∼3배 이상 더 받고 있는 실정이다. 대기업에 14∼15년 정도 근무한 생산직 근로자의 평균 연봉은 4천만원에서 많게는 7천여만원에 이르고 있다. 현대자동차 14년차의 평균 연봉은 4천7백만원, 현대중공업 15년차 4천7백만∼5천만원, 현대미포조선 14년차 4천만원, 구미 LG전자 TV공장은 15년차가 3천6백만원 등으로 조사됐다. SK의 15년 근속 생산직 노동자(총반장급)의 연봉은 7천만원 수준에 달한다. 반면 현대차의 1차 협력부품업체 근로자는 14년차의 경우 4천만원을 채우기가 쉽지 않다. 국내 최대 자동차 부품업체의 하나인 세종공업 근로자는 3천8백50만원을 받고 있다. 이것도 잔업과 특근을 빠짐없이 해야 가능하다. 또 다른 1차 협력사인 울산 Y업체의 경우 14년차가 3천만원을 밑돈다. 2,3차 하청업체로 내려가면 평균 연봉은 대기업 근로자와 비교해 최대 두배 이상 격차가 벌어진다. 그나마 모기업의 파업으로 라인이 중단되거나 경기가 좋지 않을 때는 깎이는게 예사라는 설명이다. 하청업체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상황은 더욱 나쁘다. 현대차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평균 시급은 2천3백∼2천5백원 수준으로 하루 10시간 근무와 월 2∼3번 정도의 특근을 해도 월 수령액이 1백만원 안팎에 불과하다. 한국에 진출한 외국계 기업들은 "한국 대기업 근로자 임금은 이미 미국이나 일본 수준에 도달했으며 세계 최고 수준인 독일 근로자에게 약간 못미친다"고 분석하고 있다. 한국바스프에 근무하는 15년차 근로자의 평균 연봉은 6천만원에 달한다. 바스프 본사가 있는 독일 근로자가 이보다 20% 정도 더 많은 임금을 받지만 한국보다 많은 세금 등을 감안하면 한국 근로자들의 가처분 소득이 오히려 높은 편이라는 게 한국바스프측의 설명이다. 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