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류업체, 美수출하러 베트남 갔는데‥ 쿼터 못받아 '초비상'

지난해 9월 베트남에 진출한 B사. 미국 수출을 겨냥해 하노이 인근에 2개 공장을 짓고 의류제품을 생산,대부분 미국에 수출해왔다. 그런 B사에 '날벼락'이 떨어졌다. 최근 미·베트남 섬유협정으로 사실상 미국 수출길이 막혀 버렸기 때문이다. 이 회사 1개 공장의 생산능력은 완제품 기준으로 월 20만피스(piece). 하지만 이번에 배정받은 면바지 쿼터는 당초 예상했던 수출량의 1%에도 못 미친다. 다음달 가동하려던 신규 공장은 물론이고 기존 공장도 생산을 중단해야 할 판이다. 미국과 베트남간 섬유협정 체결로 베트남에 진출해 연간 3억달러 이상의 섬유를 미국에 수출해온 한국기업들이 타격을 받고 있다. 7일 의류산업협회와 섬유업계에 따르면 미국과 베트남정부가 최근 미국에 수출되는 면니트셔츠 면스웨터류 등 베트남산 38개 섬유품목에 대해 2004년까지 쿼터를 적용키로 쌍무 섬유협정을 체결함에 따라 현지 진출 한국업체들이 직격탄을 맞게 됐다. 특히 베트남정부가 2002년 1월∼2003년 3월 대미 수출 실적을 기준으로 삼아 전체쿼터의 65∼70%를 업체별로 배정하자 홍콩과 대만 업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진출이 늦은 한국기업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쿼터의 23∼28%는 고용현황과 설비규모 고부가가치 수출 등을 기준으로 배정하고 7%는 베트남산 원부자재를 사용한 수출이나 경제적으로 낙후된 지역에 투자한 기업에 배정토록 했지만 한국기업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게 업계의 하소연이다. 현재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섬유·의류업체는 1백20여개. 무등록 업체나 임가공 무역업자를 포함하면 3백여개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2001년 미·베트남간 정상무역협정(NTR)이 체결된 뒤 대미 수출 증가를 노리고 진출한 업체여서 쿼터 책정의 기준이 되는 기간의 대미 수출 실적은 극히 미미하다. 한국업체들은 지난해 하반기나 올 초부터 생산을 시작한 경우도 많아 아예 쿼터를 배정받지 못해 조업을 중단하는 사태까지 빚어지고 있다. 일부 업체들은 공장 가동을 위해 쿼터를 사들이려고 했으나 베트남정부가 쿼터의 양도를 전면 금지했다. 2001년 하반기 베트남에 진출한 한솔섬유는 베트남 현지법인 생산량의 95% 이상을 미국에 수출하고 있지만 쿼터제 실시로 수출에 큰 영향을 받고 있다. 이 회사 외환팀 이정력 과장은 "홍콩 대만 싱가포르 등 베트남에 일찍 진출한 해외 업체들이 많아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한국의류산업협회 관계자는 "당초 쿼터 적용이 올해 말께 시작될 것으로 예상했던 터여서 대부분 한국업체들이 이에 대한 대비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며 "게다가 베트남정부가 쿼터 시행에 따른 세부 운영규칙을 발표하지 않아 업체들의 대응이 늦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의류산업협회는 생산능력을 기준으로 쿼터 배정을 늘리고 운영 세부규칙을 조속히 발표해줄 것을 베트남정부에 요청해 달라고 우리 정부에 건의했으나 사정이 나아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현지의 소식이다. 이한철 KOTRA 호치민 무역관장은 "대부분의 베트남 진출 한국업체가 대미 수출에 의존하고 있어 쿼터 적용으로 인한 어려움이 크다"며 "따라서 쿼터 적용을 받지 않는 일본 러시아 등 대체시장을 개발하고 유럽연합(EU) 및 미국 시장에도 쿼터 미적용 품목에 한해 최대한 수출을 늘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리·문혜정 기자 mi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