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퓰리즘 피해자는 가진자 아닌 서민들" ‥ 브라질 중앙은행 총재

"포퓰리즘(대중 영합주의)으로 피해를 보는 계층은 가진자(부자)들이 아니라 바로 노동자와 서민 자신들입니다. 포퓰리즘 정책의 부작용으로 인플레가 심해지면 부자들은 오히려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갖지만 서민층은 고통스러운 생활을 그대로 감내해야 합니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의 핵심 경제정책 브레인인 엔리케 데 캄포스 메이렐레스 브라질 중앙은행 총재(57)는 8일(한국시간) 오전 상파울루 중앙은행 지점 19층 집무실에서 한국경제신문 취재팀과 만나 무엇보다도 먼저 포퓰리즘의 폐해를 강조했다. 메이렐레스 총재는 좌파정권으로 분류되던 룰라 정부의 방향 선회 배경에 대해 "룰라 대통령이 서민층 사이에서 자라고 비록 포퓰리즘 바람에 힘입어 당선됐지만 그 폐해를 누구보다 뼈저리게 느끼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스터 프레지던트'는 이제 자신이 '노동자의 지도자'가 아니라 '국민의 대통령'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룰라 정부 경제정책 핵심에 대해 정책기조의 일관성 유지와 성장 기반의 확충이라고 잘라 말했다. 경제가 계속 성장해야 고용을 창출해 실업자들을 구제할 수 있다는 단순한 논리다. 룰라 정부는 이를 위해 노조에 대해서도 노조의 축소와 노조기부금 폐지 등 노동비용 감축 및 노조 구조 현대화에 필요한 조치를 모색하고 있다. 의회에서 정파의 이해관계에 따라 갑론을박이 심해 여러가지 어려움이 있지만 국가경쟁력 향상을 위해 룰라 정부는 노조의 구조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라고 그는 말했다. 대선 공약으로 내건 빈부격차 해소와 사회구조개혁에 대해선 "단순히 부자들을 때려잡는다고 빈부격차가 해소되는 것은 아니며 저소득층의 경제 기반을 육성하고 중산층을 키우는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중소기업과 임금 생활자에 대한 세금 부담을 줄여주는 대신 부유층엔 상속세와 재산세를 무겁게 매길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는 룰라 정부의 지지층인 노동자들의 이반에 대해서도 크게 괘념치 않았다. "정부가 특정 계층을 위해 정책의 흐름을 망칠 수는 없다. 전체를 생각해야 한다. 다만 최근 공무원들의 연금을 대폭 삭감했듯이 사회 내 불균형은 바로잡는 노력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는 확고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집권당인 노동자당(PT)보다 우익 성향이 짙은 브라질사회민주당(PSDB)의 하원 의원을 맡고 있지만 "조국 브라질을 위한 일이라면 이념 따위는 초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상파울루=조일훈ㆍ강은구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