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1일자) 부작용만 양산하는 산별 교섭

금속산업 노사의 산별교섭이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중앙교섭 지부교섭 지회(개별)교섭 등 다단계 협상을 진행하다보니 같은 사안을 놓고 중복협상이 이뤄지는가 하면 수많은 사업장들의 의견을 조정하기도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라고 한다. 이는 산별교섭은 부작용만 양산할 뿐이라고 수차례 지적해온 우리의 경고를 입증하는 것에 다름아니라고 본다. 금속노조는 부분파업 및 전면파업을 벌이면서 사용자측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지만 타결이 쉽게 이뤄질 것 같지는 않다. 금속노조는 소속회사들이 대부분 중소기업임에도 불구하고 근로조건 저하없는 주40시간제 즉각 실시,비정규직 차별 철폐,근골격계 대책 마련 등을 통일안으로 요구하고 있다.기업들로선 이를 그대로 받아들였다간 생존마저 장담하기 어려운데다 정책적으로 풀어야 할 성격의 사안이어서 의견만 팽팽히 맞서 있을 뿐이다.사용자측에서는 오는 2006년까지 단계적으로 주40시간 근무제를 도입하겠다는 절충안을 내기도 했지만 노조측에 거부당했다. 특히 협상을 3중으로 진행하다보니 어느 쪽에서 교섭결렬선언이 나올지 알 수 없는 상황이어서 파업 구실만 더 늘어난 꼴이 됐다. 교섭방법과 원칙에 대한 혼선으로 중앙에서 논의된 내용에 대해 이중삼중으로 교섭을 요구하는 폐해도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사용자측 역시 혼란은 마찬가지다. 우선 교섭대표를 맡고 싶어 하는 기업이 없는데다 회사형편도 저마다 달라 합의를 이루는 것이 예삿일이 아니다. 지난 9일엔 중앙교섭에 참가한 98개 사업장중 73곳이 교섭대표가 지나친 양보를 했다며 교섭권 및 단체협약체결권 위임을 철회해 한때 교섭결렬선언이 나오는 사태도 빚어졌다. 금속노사 산별교섭이 난항을 겪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도 각 업체의 특수성 및 경영상태 등을 고려하지 않고 무리하게 일률적 합의를 추구하는데 근본적 원인이 있다. 관련업체가 자동차 조선 등 다양한 업종에 분포돼 있을 뿐 아니라 경영사정이나 근무조건 등도 제각각이어서 통일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고 볼 수밖에 없다. 얼마전 현대자동차와 대우조선 노조가 산별체제전환을 거부한 것도 업체별 특성을 무시한 산별교섭이 근로자들의 실질권익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본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일관되게 주장해왔듯 노사협상은 기업별로 이뤄지는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 노조의 산별화를 유도하겠다는 정부 방침은 지금이라도 철회되는 것이 옳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