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세의 영웅들은 '사람'에 투자했다 .. '지전'

중국 춘추전국 시대 연소왕은 거의 망해가던 나라를 정비해서 왕위를 지켰다. 그는 내란을 틈타 침략했던 제나라에 복수함으로써 선왕의 치욕을 씻고자 곽외 선생을 찾아가 방법을 물었다. 곽외는 이런 얘기를 들려줬다. "옛날 한 임금이 천금을 주고서라도 천리마를 구하고 싶었는데 3년이 지나도록 헛수고만 했다. 그러자 궁중의 한 노복이 자신해서 나섰다. 석달 후 노복은 천리마를 찾았지만 이미 죽은 것이었다. 그래도 그는 금 5백냥을 주고 죽은 천리마를 사갖고 와 바쳤다. 이유를 묻자 그는 죽은 말을 5백냥에 구입,좋은 말을 사려는 대왕의 마음을 천하에 알렸으니 이제 곧 천리마가 나타날 것이라고 대답했다. 과연 1년도 안돼 임금은 천리마를 세 필이나 얻었다." 곽외는 연소왕에게 "제왕은 인재를 스승으로 대하고 패주는 인재를 신하로 대하며 망국의 임금은 인재를 노예로 대한다"며 자신을 낮추고 현자에게 가르침을 받을 준비가 돼 있다면 백배나 훌륭한 인재를 얻을 수 있다고 가르쳤다. 그러자 연소왕은 곽외를 스승으로 모시고 황금대를 쌓아 현자를 모집한다는 소문을 냈다. 이에 위나라의 악의,제나라의 추연,조나라의 극신 등이 찾아왔다. 왕은 그들을 극진히 대했다. 28년 후 연나라는 드디어 부강해졌고 악의를 상장군으로 삼아 제나라를 격파했다. 7백44쪽에 달하는 "지전(智典)"(렁청진 편저,장연 옮김,김영사,2만4천9백원)의 한 대목이다. 이 책은 "사기" "춘추" "한비자" 등 중국고전에서 난세의 인걸들이 어떻게 세상을 움직였는지를 소설처럼 흥미롭게 펼쳐보인다. 춘추전국시대의 격랑을 넘는 영웅과 책사들의 "경세제민 드라마"를 현대적인 렌즈로 비춘 것이다. 맹상군의 인재등용 모델,대상인 여불위의 적은 자본으로 왕조 사들이기,장의와 소진의 합종연횡 등 1백편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저자는 중국문화의 틀이 춘추전국의 백가쟁명 시기에 형성됐다며 "도(道)"와 "술(術)"로 설명한다. 그러나 성인이든 간신이든 단지 "술"에만 집착하고 "도"를 무시하면 패배의 쓴맛을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일깨운다. 그렇다고 명분만 내세우는 것도 능사는 아니다. 그는 시대변화에 따라 명분과 실리를 조화롭게 운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래서 저자가 이 책에서 가장 정수로 꼽는 것은 중용의 지혜,즉 "시중(時中)"이다. 그 때나 지금이나 세상의 중심은 사람이다. 그래서 치인(治人)의 경세철학은 늘 새롭다. 이 책은 지혜의 경전인 "지전총서"의 첫권. 앞으로 "양한(兩漢)"과 "수당송원(隋唐宋元)" "명청(明淸)"편이 연내에 출간될 예정이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