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전망] "하반기 환율 더 내려간다"…연말엔 1100원線까지 예상

원ㆍ달러 환율이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겨져온 1천1백80원 아래로 떨어지면서 국내외 주요 연구기관들이 올 하반기 환율 전망치를 속속 하향조정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외환당국이 지속적인 시장개입(달러 매수)을 통해 근근이 환율을 떠받치고 있지만 최근의 원화가치 상승(환율 하락) 추세를 돌려 놓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수출업체들에 올 하반기 풀어야 할 숙제가 하나 더 생긴 셈이다. ◆ 지속적인 환율 내림세 지난 11일 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1천1백78원20전으로 마감됐다. 이달 들어 단 하루를 제외하고 줄곧 내림세를 지속,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던 지난 4월4일(1천2백58원)에 비해 80원(6.3%) 가까이 급락했다. 환율 하락속도가 빨라지면서 재정경제부 한국은행 등 외환당국이 수시로 시장개입(달러 매수)에 나서고 있으나 지난달 중순 1천2백원선, 하순 1천1백90원선이 무너졌고 최근엔 1천1백80원선이 힘없이 허물어졌다. ◆ 앞으로 더 떨어진다 LG경제연구원은 이달 초 발표한 경제전망에서 하반기 평균환율을 1천1백90원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이미 환율이 1천1백70원대로 떨어진데다 앞으로도 이같은 추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 환율 전망치를 조만간 하향 조정할 방침이다. 한국은행도 아직까지는 하반기 평균환율을 현재 환율보다 다소 높은 1천1백80원으로 예상하고 있으나 내부적으로는 추가 하락을 점치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삼성경제연구소와 금융연구원은 이미 올 하반기 평균환율을 현재 수준보다 낮은 1천1백50∼1천1백60원으로 예상했지만, 상황에 따라 이보다 환율이 더 내려갈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외국계 금융회사들도 환율의 추가하락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JP모건은 올해말께 환율이 1천1백원까지 내려갈 것으로 예측하고 있고 모건스탠리는 연말에 1천1백50원을 기록한 뒤 내년 6월에는 1천1백원선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달러화 약세 기조가 당분간 지속되는 가운데 △외국인 주식 순매수세 △무역수지 흑자 △금융회사 외화차입 등의 영향으로 달러 공급은 늘어나는 반면 경기침체로 달러에 대한 수요는 이에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 엎친 데 덮친 수출업체 환율의 장기 하락추세를 점치는 전망이 늘어나면서 수출업체들의 채산성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경기침체 국면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환율하락으로 수출제품의 가격경쟁력마저 떨어져 국내 제조업체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환율이 10% 하락하면 거래소와 코스닥에 상장돼 있는 제조업체들의 경상이익률은 평균 1.7%포인트 낮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