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실패'에서 배운다] '막강 산별노조' 이제는 옛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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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막강한 산별노조는 창설 이후 최대 위기에 봉착해있었다.
낙후된 생산성과 고(高)실업 상황을 무시한 채 강공 일변도였던 금속노조(IG Metall)였지만 정부 기업 여론의 십자포화에 주저앉고 있었다.
생산성 격차를 무시한 채 산업별로 동등한 임금과 동등한 근로시간을 쟁취하겠다는 주장은 결코 관철될 수 없는 구호라는 것이 분명해지고 있다.
동독지역의 노동생산성은 서독지역의 70% 수준에 불과하지만 임금은 산별 노사협약에 따라 90% 이상 받도록 돼 있었고 바로 이것이 화근이었다.
시장원리에 따른다면 동독지역에서는 임금이 하락하거나 근무시간이 늘어나야 했다.
그러나 금속노조는 반대로 갔다.
'35시간 근무'를 내걸고 초강수인 파업을 단행했고 결국 패배하고 말았다.
폴란드 체코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브란덴부르크 주와 작센 주에서는 금속노조의 조직 기반조차 와해돼 버렸다.
파업이 벌어진 페더럴모굴사의 생산직원 실비아 바움가르텐은 "나는 금속노조 조합원이지만 이번 파업은 우리들의 일자리를 오히려 빼앗는 것"이라며 "결코 일자리를 잃고 싶지 않다"고 힘주어 말했다.
유럽 최강의 산별노조는 기로에 서있었다.
프랑크푸르트=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