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siness Today] 동부그룹 구름걷히나 : '반도체 집념'

김준기 동부 회장이 숱한 좌절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았던 반도체 사업에 대한 집념이 첫 결실을 맺고 있다. 김 회장이 반도체 사업 진출의 꿈을 꾸기 시작한 것은 지난 83년. 미국 몬산토사와 제휴, 원판형의 반도체 소재인 실리콘웨이퍼를 생산하는 회사를 세웠다가 6년만에 지분을 LG에 넘기는 아픔을 겪었다. 김 회장은 이후 10여년에 걸친 준비작업 끝에 지난 97년 9월 IBM과 제휴, 메모리인 2백56메가D램 사업진출을 공식 발표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이 역시 2개월 뒤 터진 외환위기로 불발에 그치고 말았다. 반도체 사업의 꿈을 접을 수 없었던 김 회장이 98년 하반기부터 99년까지 해외를 돌아다니며 발굴한 대안은 파운드리사업. 지난 2000년 봄부터 동부전자 반도체사업팀이 일본에 건너가 도시바와 교섭한 끝에 공정기술 이전 및 자본투자 약속을 받아냈다. 김 회장은 사재 1천5백만달러를 털어넣고 은행권으로부터도 두 차례에 걸쳐 출자와 협조융자를 받는데 성공했다. 지난해 9월에는 아남반도체를 인수해 월 3만장의 웨이퍼 가공능력을 확보,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있게 됐다. 동부 관계자는 "외부에서는 김 회장의 반도체에 대한 집념이 무모하다고 말해 왔지만 차세대 성장엔진을 발굴하기 위해 치밀하게 사업성을 검토해 내린 결론"이라고 말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