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 그린' 누가 손 들까.. 브리시티오픈 개막

세계골프대회 중 역사가 가장 오래된 제132회 브리티시오픈(총상금 6백24만달러)이 17일 오후(한국시간) 22개국 1백56명의 정상급 골퍼들이 출전한 가운데 잉글랜드 남부 샌드위치의 로열세인트조지스GC(파71)에서 시작됐다. 메이저대회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허석호(30·이동수골프구단)는 오후 2시52분 스튜어트 싱크,피터 로나드와 함께 첫샷을 날렸고 이번이 네번째 출전인 최경주(33·슈페리어·테일러메이드)는 오후 7시59분 마크 캘커베키아,프레드릭 제이콥슨과 함께 티오프했다. 우승후보인 타이거 우즈(28)는 오후 5시9분에,지난해 챔피언 어니 엘스(34)는 밤 9시54분에 각각 첫 라운드를 시작했다. 이번 대회는 선수 각자의 기량 외에도 항아리 벙커와 깊은 러프,영국 특유의 변덕스러운 날씨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승부가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최종일 마지막 조가 홀아웃할 때까지 우승자를 점치기가 쉽지 않고 경우에 따라선 연장전(4홀 경기)을 벌여야 할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올해 대회는 실력도 실력이지만 '행운'도 승부의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페어웨이와 그린이 딱딱해 의외의 '바운스'로 선수들의 희비가 갈리는 일이 많기 때문.어떤 페어웨이에서는 낙하한 볼이 바운스된 뒤 공중으로 20야드를 떠갈 정도다. 로버트 앨런비(호주)는 연습 라운드 때 17번홀에서 두 차례 티샷을 페어웨이 한가운데로 잘 때렸지만 하나는 왼쪽 러프,다른 하나는 오른쪽 러프에 빠져버렸다. 케니 페리(미국)는 12번홀에서 5번아이언으로 볼을 그린 중앙에 떨궜으나 볼은 콘크리트 바닥에 맞은 것처럼 튀더니 항아리 벙커에 빠지고 말았다. 이같은 이유 때문인지 페리를 비롯한 대부분 선수들은 로열세인트조지스GC를 '월면(月面) 코스'라고 불렀다. 딱딱하고 울퉁불퉁한 데다 항아리 벙커가 즐비한 이곳이 마치 달표면과 같다는 뜻이다. 1998년 챔피언 마크 오메라(미국)는 "브리티시오픈이 열린 골프코스 가운데 가장 가혹한 곳이다.날씨마저 심술을 부린다면 이 코스는 야수로 돌변할 것이다"고 평가했다. ○…영국의 도박사들 역시 우즈의 우승가능성을 가장 높이 점쳤다. 그들은 우즈의 우승확률을 3 대 1로 보았는데 이는 그의 우승에 1만원을 걸면 우즈가 우승할 경우 3만원을 받는다는 뜻. 엘스의 우승확률은 8 대 1∼7 대 1로 우즈 다음으로 높았다. 마스터스챔피언 마이크 위어는 16 대 1,US오픈챔피언 짐 퓨릭은 20 대 1이었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