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 점포] '금강숯불바비큐치킨' ‥ 반포치킨타운 원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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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숯불바비큐치킨(약칭 금강치킨)은 반포 치킨타운의 원조다.
1987년부터 17년째 닭을 굽고 있다.
서울에서 이처럼 오래된 치킨집도 드물다.
점포규모(85평)와 직원수(12명)에서도 동네 치킨집을 압도한다.
치킨을 굽는 석쇠는 가로 길이가 무려 1백20cm다.
하루에 팔리는 닭만 2백마리.
새벽에도 손님이 몰려든다.
아침 8시나 돼야 겨우 문을 닫을 수 있다.
강남 일대는 물론 강북에서도 예약하고 찾는 단골이 있다고 한다.
서울에서 택시운전하면서 금강치킨을 모르면 '간첩'이란 말이 나올 정도다.
지난 16일 새벽 2시30분.
택시기사의 안내로 찾은 금강치킨 앞길은 숯불바비큐 냄새로 가득했다.
점포 전면에 설치된 석쇠 위에는 40여 조각(1마리가 2조각)의 치킨이 노릇노릇 익어가고 있었다.
70평 됨직한 넓은 2층으로 향했다.
홀은 손님들로 북적댔다.
삼성증권에 다니다 MBA(경영학석사) 유학을 위해 휴직중인 이석규씨(32)는 "느끼하지 않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라고 말했다.
금강치킨 사장 한정수씨(42).
순박한 체취를 물씬 풍겼다.
한 사장은 반포 치킨타운을 이룬 장본인이다.
그의 가게는 원조 치킨집인 셈이다.
한 사장의 고향은 충남 금산.
"군에서 제대하고 수박농사를 지었는데 너무 힘들었어요. 이웃집에서 5만원을 빌려 1985년 무작정 상경했습니다. 취직이 쉽지 않더군요."
열달만에 서울 용산의 한 치킨집에 취직했다.
이후 사당동, 강남역 일대 치킨점 종업원을 거쳤다.
꿈에 그리던 내 점포를 연 것은 지난 87년.
지금 장사하는 가게자리였다.
점포 얻는데 권리금을 합쳐 모두 1천7백만원 들었다.
1년동안 모은 돈 2백만원을 제외하곤 다 빚이었다.
"치킨은 현찰장사고 먹는 장사입니다. 기막힌 아이템이라 생각했죠. 친구에게 돈을 빌리다 보니 처음엔 점포계약도 제 명의로 할 수 없었습니다. 3년간 고생해서 빚을 갚고 명의를 제 앞으로 옮겼죠."
장사는 번창했다.
운도 적잖게 따랐다.
90년대 중반엔 길 맞은편에 금강고려화학(KCC) 빌딩이 들어섰다.
"맞은 편에 KCC 빌딩이 들어설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지금은 KCC 직원들이 더 애착을 가집니다."
한 사장에게도 위기는 있었다.
그는 치킨집 사장이 아니라 공장을 가진 경영자가 되고 싶었다.
95년 직원 80명 규모의 봉제공장을 1억원에 인수하는 결단을 내렸다.
치킨집은 간판을 내렸다.
그런데 봉제공장은 생명이 오래가지 못했다.
IMF 외환위기가 덮친 것.
공장 문을 닫고 사글세방을 전전해야 했다.
이때 그는 '누에는 뽕잎을 먹고 살아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다시 같은 자리의 점포를 인수, 재기에 나섰다.
한 사장은 자신의 성공비결을 세가지로 꼽는다.
우선 바비큐 치킨은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는 음식이란 점이다.
"15일동안 하루도 안빠지고 찾아오는 손님도 있더라"고 그는 말했다.
단 한번 봉제공장으로 외도하긴 했지만 17년동안 치킨으로 승부한 '한우물 전략'도 성공을 가져다준 비결이다.
마지막으로 '자신이 최고'라는 아집을 갖지 않았다.
단골이 지적하는 '맛'의 문제점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그대로 수용했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