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人事가 萬事 .. 노용악 < LG전자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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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마을의 지도자가 산산조각이 난 세계지도를 마을 사람들에게 나눠 주면서 제대로 맞추는 사람에게는 큰 상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마을 사람들은 조각들을 이리저리 맞춰봤다.
하지만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세계지도를 맞출 수는 없었다.
그 때 길을 지나던 한 젊은이가 그다지 큰 노력 없이 지도를 맞추는 데 성공했다.
사람들이 크게 놀라면서 어떻게 이 복잡한 세계지도를 맞추었느냐고 물었다.
젊은이는 웃으며 대답했다.
"지도를 맞춘 것이 아니라 지도 뒷면에 그려진 사람을 맞추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사람의 문제가 해결되면 복잡한 세상의 문제들도 해결된다는 것을 상징하는 우화다.
중국에서 사업을 하다 보면 그런 생각이 더 많이 든다.
말로는 현지화 경영을 얘기하지만,사실 민족이 다르고 문화가 다른 중국에서 경영을 하자면 우리나라에서 파견된 주재원들을 중심으로 일하고 싶은 유혹을 끊임없이 느끼게 된다.
주재원들은 회사의 사업전략이나 기업문화를 잘 이해하고 있고 실무에 익숙해 있으며 의사소통에도 아무런 지장이 없다.
따라서 당장 눈앞의 일을 해결하는 데는 주재원 만큼 편리하고 손쉬운 방법이 없다.
하지만 중국에서 사업을 하면서 주재원 중심으로 경영한다는 것은 회사의 미래를 포기한다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사업의 기반은 결국 중국이기 때문이다.
현지 사원들은 현지의 언어나 관습에 정통하다.
시장의 특성도 잘 알고 있어 시장 변화에 대한 대응력도 뛰어나다.
게다가 그들 자신이 대단히 우수한 인재들이어서 그들을 적절히 활용하는 것은 중국사업을 하는 데 핵심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자아를 실현하면서 미래를 스스로 설계할 수 있도록 그들에게 자기성장의 기회를 제공한다면 지금 당장은 주재원들을 쓰는 것 만큼 편리하지는 않더라도 기업이 장기적으로 성장하는 데 큰 밑거름이 될 것이 분명하다.
그들을 인력(人力)이 아니라 인재(人材)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에는 '인사관천(人事關天)'이라는 말이 있다.
우리말로 하면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 뜻이다.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또 어느 나라에서든 사람이 중요하다는 원칙에는 다를 바가 없다.
중요한 것은 어느 나라 사람이냐가 아니라 쓰고자 하는 인재가 어떤 사람이냐에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