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이동통신 쏠림 가속화 우려..홍철규 <중앙대 경영대학 교수>

최근 한 언론기관의 조사에서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첫번째 관심 대상이 휴대폰인 것으로 나왔다. 어떤 연구소는 지난 96년에서 2001년 사이 이동통신산업이 국민경제에 미친 파급효과는 약 1백60조원이며,고용유발 효과는 약 1백42만명이라고 분석했다. 이동통신의 경제,사회적 중요성을 잘 보여주는 수치다. 우리나라 이동통신시장은 가입자 3천만명 돌파라는 외형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몇가지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우선 경쟁구조가 기형적이라는 것이다. 제1사업자로의 시장점유율 쏠림현상이 심각한 수준이다. 제1사업자의 가입자는 2001년 6월 49.7%에서 올해 6월 53.8%로 늘었으며 신규가입시장의 70∼80%를 차지하고 있다. 제1사업자의 순이익 점유율은 2001년 상반기 67.6%에서 올 상반기 80.3%로 시장의 이익을 거의 독점하다시피하고 있다. 이같은 경쟁력의 불균형은 요금,통신품질,서비스 등의 소비자 피해로 연결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 이동통신시장은 사업자간 유효경쟁체제가 정립돼 있다고 보기 어렵다. 유효경쟁이 성립되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라이벌이 존재하고,경쟁이 효율성을 증진시켜야 한다. 이때 경쟁은 규제를 대신할 수 있다. 제한된 희소 자원인 주파수를 이용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동통신시장에 무분별하게 시장논리를 적용해서는 안된다. 현재 이동통신의 선·후발사업자들은 다른 주파수 대역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생산요소인 중간투입재가 다르다는 얘기다. 문제는 선발사업자의 주파수 대역이 후발사업자에 비해 원가 우위에 있다는 것이다. 주파수 특성에 의한 원가 우위 효과만으로도 선발사업자의 경쟁력이 후발사업자의 1.5배에 달한다는 지적이 있다. 또 국내시장은 이동통신 선진국과는 달리 오랜 기간 독점체제를 유지해온 탓에 브랜드파워와 고객충성도 등 비가격적 요소들에서도 선·후발사업자간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앞으로 번호이동성제도가 시행될 경우 이같은 쏠림현상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시장이 더 왜곡되기 전에 유효경쟁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정책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전파 사용료 같은 주파수 관련 제도 개선은 물론,다양한 규제요소를 적절히 활용할 필요가 있다. 시장 규제는 때로 장기적인 소비자 혜택을 위해 단기적인 소비자 혜택을 포기하는 것을 포함한다. 국가경쟁력의 핵심인 이동통신산업의 발전을 위해 정책당국은 더 효과적인 경쟁정책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