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실패'에서 배운다] (8) '확대되는 재정적자'

독일이 과다한 사회복지비 지출에 따른 대규모 재정적자로 EU(유럽연합)의 골칫덩어리로 전락했다. 각 회원국은 재정적자를 국내총생산(GDP)의 3% 이내로 억제한다는 'EU 안정성장협약'을 독일이 지난해 위반했기 때문이다. 독일은 작년 뿐만 아니라 올해와 내년에도 GDP의 3% 이상 재정적자를 낼 것이 확실시되는 상황이다. 한스 아이켈 재무부 장관이 최근 "독일의 재정적자가 올해 3%를 넘어설 것이 불가피하다"고 공개적으로 인정했고 대부분 경제연구소들도 올해 재정적자가 GDP의 4%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내년에는 2005년 실시될 예정인 세금인하 계획이 한 해 앞당겨져 재정적자폭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독일 정부는 내년에 2백80억유로(약 37조원)의 적자 국채를 발행하겠다는 계획까지 내놓았다. 당초 예상했던 적자국채 규모보다 50억유로가 늘어난 것이다. 독일 정부는 도이체텔레콤 등 보유주식을 처분해 약 20억유로의 재원을 자체적으로 마련할 계획이다. 그러나 공공재정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사회복지비 지출은 거의 손대지 않았다. 대규모 재정적자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유럽내 최대 경제국인 독일이 재정적자에 허덕이면서 EU도 분란을 겪고 있다. 독일 프랑스 등 유럽내 경제대국들은 경제활성화를 위해 재정적자를 GDP의 3%이내로 묶어둔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경제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대부분 EU 회원국들은 반대 입장이다. 독일 등 경제대국들의 재정적자가 확대되면 EU내 금리가 올라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독일의 누적 정부 부채는 지난해 GDP대비 59.5%였다. EU 평균(62.8%)보다 약간 낮은 수준이다. 문제는 절대규모보다는 재정적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독일이 통일되기 전해인 1989년 정부부채는 GDP의 40% 수준이었다. 통일 이후 부채가 급증했다는 얘기다. 통일 이듬해인 1991년 재정적자가 5백39억유로(당시 독일통화였던 마르크를 유로로 환산)에 달했다. 90년(2백71억유로)보다 재정지출이 두 배로 늘었다. 이후 2002년까지 12년간 누적된 독일의 재정적자는 6천억유로(8백조원)를 웃돈다. 독일의 재정적자는 최근 들어서도 줄어들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에는 재정적자가 6백62억유로(약 88조원)에 달했다. 독일의 경기침체로 세금 수입이 예상보다 줄어든 반면 재정지출은 실업률 증가 등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독일 정부는 경기침체가 본격화된 2001년 세금 감면을 단행했다. 그러나 재정지출을 줄이지는 않았다. 그 부담은 지난해와 올해로 이어지고 있다. 독일 정부재정의 구조적인 문제는 사회복지비 지출이 과도하다는 점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독일 정부의 2001년 재정지출액 가운데 사회복지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54%로 절반이 넘었다. 옛 동독지역에 대한 지원비용 뿐만 아니라 연금 실업보조금 생계보조금 등 복지수요가 재정을 압박하는 주요 원인이라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