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申相民 칼럼] 신행정수도라는 것

신행정수도라는 게 만들어지기는 만들어지는가. 신행정수도의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안)이라는 긴 이름의 법률안 입법예고를 보면서도 나는 솔직히 말해 어리벙벙한 느낌을 떨쳐버리기 어렵다. 엄청난 돈을 들여 거의 매듭단계에 온 새만금사업이나 경부고속전철 공사도 어느날 갑자기 중단되는 세상이기도 하지만,그런 이유만으로 그렇게 느끼는 것은 결코 아니다. 우선 어떤 성격의 도시를 만들겠다는 것인지 잘 납득이 가지 않는다. 대통령도 그 곳으로 가는 것인지,그렇지 않은지도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대통령까지 옮겨갈 구상이라면 신행정수도라고 하지않고 신수도라고 했을 것 아니냐고 반문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런 정도의 설명만으로 납득할 일이 아니다. 모든 중앙행정기관이 다 그곳으로 옮겨간다면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만 서울에 남아야 할 까닭이 무엇인지,나는 이해하기가 어렵다. 경제부처 등이 과천에 나가있는 것만으로도 비효율이 적지않은 마당에 대통령과 장관 집무실이 1백km 훨씬 넘게 떨어져 있는 것이 바람직한 일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바로 그런 점을 감안하면 신행정수도 건설이 어영부영 신수도건설로 변질되지 않는다고 누구도 단정하기 어렵다. 노무현 대통령의 구상은 청와대는 가지않는 쪽이 확고하다 하더라도, 중앙행정기관이 다 옮기고 나면 그때 대통령은 어쩔 수 없이 그쪽으로 가지않을 수 없는 꼴이 될 수도 있다. 수도권 인구분산을 생각하는 차원만으로 신행정수도 문제에 접근하는 것은 충분치 않다는 논리가 바로 그런 점에서 설득력이 있다. 건교부 입법예고안은 신행정수도라 함은 중앙행정기관 등을 이전·수용하기 위해 개발하려는 지역을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중앙행정기관 등'이라는 등자(字)다. 특별한 저의를 담고 있다고 해석하고 싶지는 않지만,그 글자가 함축하는 의미가 결과적으로 엄청날 수 있는 개연성도 전적으로 없다 하기 어렵다. 우리나라의 대형국책사업에 대한 의사결정 과정은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하는 전직 장관들이 많다. 과천 건설이 잘한 것인지 잘못한 것인지는 시각에 따라 결론이 다르겠지만,이 문제를 다룬 공식회의석상에서 어느 장관도 반대론을 편 적이 없다는 얘기를 들으면 아연해진다. 공사기간만도 몇년이나 걸릴 장기사업이었기에 그때까지 계속 장관을 할 것도 아닌데 굳이 반대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느꼈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최고통치권자의 방침이 이미 정해져 있어 토론이 소용없다고 봤기 때문이었을까. 경부고속철도 새만금과 신행정수도 건설은 대통령선거 공약으로 제시된 것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냉정히 말해 타당성 조사를 거쳐 사업추진이 결정된 경우가 아니다. 당선자의 공약이기 때문에 이들 사업의 타당성 검토는 사실상 요식행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수밖에 없다. 이들 사업에서 계속 논란이 이어지는 것도 따지고 보면 그럴 만한 까닭이 있다. 대형 건설사업을 선거공약으로 내거는 것이 앞으로도 계속 되풀이돼 좋을 일인지도 차제에 생각해볼 점이 있다. 당선됐다는 것은 그 선거공약을 유권자들이 지지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확대해석하는 것이 옳은 지도 의문이다. "선거라는 것이 고약한 점은 반드시 당선자가 나온다는 것"이라는 험구가들의 비아냥은 당선의 의미를 의도적으로 폄훼하려는 의도라고 봐 한쪽 귀로 흘려버려도 그만이겠지만, 선거가 상반되는 두 후보의 공약중 당선자의 것은 옳고 낙선자의 그것은 그르다는 판정을 내린다고 단정짓는 것 또한 문제다. 행정수도 건설은 그 사안이 중차대한 만큼 광범위한 여론을 수렴해야 할 것은 당연하고,그러려면 노 대통령 자신부터 이 문제에 대해 유연해야 한다. 통일이 빠른 시일내에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남쪽에 행정수도를 건설하는 것은 통일 이후를 염두에 두지 않는 것이라는 주장도 그냥 지나쳐버려서는 안된다. 행정수도를 건설한다 하더라도 조급증은 금물이다. 내년 하반기까지 입지를 확정하려는 계획은 재고돼야 마땅하다. 국가백년대계를 총선에 이용하려 든다는 억측을 예방하기 위해서도 그렇다. 행정수도 입지는 충분한 검토를 거쳐 차라리 2005년 이후에나 결정토록 늦추는 것이 좋다. /논설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