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3일자) 주5일제 기업부담 더 늘면 안돼
입력
수정
재계가 정부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받아들이겠다고 선언하고 노동계는 수정안을 마련키로 해 주5일근무제 법안 처리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하지만 정부안대로 시행하더라도 기업들의 부담이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는 만큼 더이상 출혈을 강요해선 곤란하다고 본다.
정부안은 기존 임금과 시간당 통상임금을 보장하는 대신 월차 폐지, 생리휴가 무급화 등으로 유급 휴일수를 줄이고 오는 2010년까지 기업 규모에 따라 단계적으로 주 40시간 근무제를 실시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기업부담 증가분에 대해선 정부측은 3% 정도, 재계는 15∼20%를 주장하는 등 기관과 입장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인건비 부담이 크게 늘어나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가뜩이나 어려운 기업 경영환경이 그만큼 더 악화될 것이란 이야기다.
중소기업들의 부담은 더욱 크다.
기협중앙회는 "중소기업은 실질 근로시간이 주 53시간에 달해 13시간 이상 초과근로수당을 지급하거나 신규 인원을 채용해야 한다"며 제도 도입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노조 조직화율이 12%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기업과 노조 없는 중소기업간의 소득격차가 더욱 확대되는 부작용도 예상된다.
노동계는 정부안이 재계 입장을 대부분 수용한 것이어서 그대로 입법화시킬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조속히 수정안을 만들겠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재계가 대폭 양보한 만큼 노동계도 더이상 무리한 요구를 해서는 안된다고 본다.
노동계가 지향하는 금속노사 합의안대로 주5일제를 시행할 경우 연간 휴일수가 최고 1백60∼1백70일에 달해 일본(1백29∼1백39일) 독일(1백37∼1백40일) 등 선진국을 크게 웃돈다고 한다.
이들 나라는 1인당 국민소득이 2만달러를 훨씬 넘지만 우리는 아직도 1만달러 수준에 불과해 더 열심히 일하고 더 많은 소득을 올려야 할 처지인 점을 생각해야 한다.
금속노사 협상에 참여한 기업들 중에서도 많은 곳이 회사 형편상 도저히 합의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히고 있는 상황이다.
기업이 살아 남아야 일자리도 마련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깊이 새겨야 한다.
국회도 더이상 눈치만 보지 말고 서둘러 이 문제를 매듭지어 불필요한 국력 낭비를 막아야 한다.
정부안이 지난해 10월 제출됐음에도 불구,실현가능성이 없는 노사간 합의를 먼저 이루라며 차일피일 처리를 미루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이제 여건도 성숙된 만큼 여야는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법안을 처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