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 쇼핑 "배우는게 많아요"‥김조일씨 父子의 쇼핑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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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일씨(39·두산주류BG 교육팀장)는 독특한 '쇼핑 교육론자'다.
쇼핑보다 좋은 전인교육의 장은 없다는 주의다.
"재미와 교육이 있는 쇼핑은 학교 공부보다 낫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초등학생을 둔 부모는 반드시 쇼핑을 유익한 교육도구로 써야 한다고 권한다.
이런 그의 쇼핑교육론은 동네(서울 도봉구 창동) 이마트에서도 유명하다.
쇼핑 때마다 아들(지훈·9·창일초등 2학년)의 손을 꼭잡고 쇼핑교육을 시킨 것이 벌써 2년째.
"자상하게 쇼핑하는 법을 가르치는 아빠의 모습이 너무 좋다"고 직원들은 이구동성이다.
지난 24일 오전 9시55분 창동 이마트 앞에서 이들 부자(父子)를 만났다.
그의 쇼핑교육론을 따라가보기 위해서다.
이마트가 문을 열기 전에 온 이유를 물었더니,"입구에 할인행사가 있는지를 둘러보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카트를 몰고 가면서 그는 나름대로 완성한 '쇼핑교육 수칙 7가지'를 풀어놨다.
그는 엄마는 빼고 아빠와 아이가 쇼핑하는 것이 제1수칙이라고 말했다.
직장생활로 바쁜 아빠와 아이가 1 대 1로 편안하게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이 쇼핑 때라는 설명이었다.
"본래 시장에 오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흥겨워지는 법"이라는 그는 "이것저것 물건을 고르고 흥정하다보면 대화가 많아지고 가까워진다"고 강조했다.
평소 자녀와 대화가 부족한 아빠들에게 꼭 권하고 싶단다.
그의 수칙2는 아이와 함께 쇼핑리스트 짜기.
쇼핑 전날 저녁에 엄마 아빠 자녀가 리스트를 짜면 가족간의 정이 새록새록 깊어진단다.
계획적인 소비생활을 어릴 적부터 체득하게 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물가(物價) 알게 하기는 수칙3.
수박 참외 샴푸 칫솔 휴지 돼지고기 라면 등 자주 먹고 자주 쓰는 물건의 가격을 가르쳐 주면 '돈 귀한 줄' 알게 된다는 것.
쇼핑 때 물건값을 알게 하면 경제공부를 따로 시킬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수칙4는 사회성 키우기.
주말이나 야간 쇼핑 때 순서를 지키는 일,줄을 서는 일,좌측통행하는 일,사람과 접촉하는 일 등이 모두 어린 자녀의 사회성 교육에 좋다는 것이다.
수칙5는 함께 계산하기.
계산대에 오면 아이들이 겁을 먹고 피하거나 그냥 지나쳐버리는 경향이 있다는 게 그의 관찰결과다.
복잡한 계산 때문이기도 하고,기다리는 게 싫기 때문.
계산대에 친숙해지면 숫자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진다고 한다.
돈의 단위도 자연스럽게 알게 된단다.
카트 반납하기는 중요한 수칙6.
다 쓴 카트를 반환하고 카트이용비 백원을 찾아오게 하는 버릇을 들이도록 권한다.
물건을 제자리에 가져다 놓는 버릇이 길러진다고 한다.
마지막 수칙7은 집에 돌아와 냉장고에 물건넣기와 쇼핑 평가하기.
쇼핑분위기나 특징 등을 얘기토록 하면 발표력이 길러진다고 아빠는 강조했다.
물론 이렇게 딱딱하게 쇼핑하는 것은 아니었다.
이런 수칙들은 쇼핑하는 과정 속에 자연스레 녹아있었다.
살아있는 고기구경도 하고 시식코너에서 만두와 소시지를 맛보기도 했다.
"아빠랑 쇼핑하면 너무 재미있어요.마지막엔 꼭 먹고 싶은 과자를 사주시거든요."
지훈이는 과자를 들고 계산대로 뛰어갔다.
"아빠와 아이가 쇼핑하는 모습을 보면 너무 좋아요."
'붕어와 붕어빵'의 쇼핑모습을 취재한다는 소식에 이마트를 찾은 엄마 이명선씨(37)는 흐뭇해하며 웃었다.
글=고기완 기자 dadad@hankyung.com